말미오름을 내려왔다. 시멘트 포장된 농로를 따라 걸었다. 얼마쯤 가자 이정표는 민둥산같은 풀섶으로 향했다. 언덕배기 풀밭을 따라 올랐다. 알오름이다. 숨을 턱까지 채우지 않더라도 오를 수 있는 높이지만, 그곳 또한 올레꾼이 주인은 아니다.
알오름의 정상 한 켠은 말들이 차지했다. 예닐곱 마리의 말들이 저희들끼리 한가롭다. 아마도 올레길이 열리기 전까지는 온톤 저희들의 세상이었을 듯싶다. 말들이 서성이는 꼭대기엔 풀들이 밟혀 맨땅이 드러났다. 사람이 다가가도 전혀 놀라지 않는다. 발정한 수놈은 아랑곳없이 제 짝을 찾기에 바쁘다. 성산포 앞바다와 성산일출봉을 보며 키운 배포가 보통이 아닌 듯 싶다.
이쯤 되면 사람이 말을 괴롭히지 말고 피해가야 한다. 오히려 그 옆으로 지나는 사람을 용서해주는 말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렇다고 굳이 말로써 감사할 필요는 없다. 그저 조용히 지나쳐 가는 것, 그것이 말에 대한 인간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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