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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깊은사람

깊은 예의

 

 

한 걸음 내딛습니다. 


4월 1일, 닷새째입니다

동진대교를 지나며 도요새 무리를 만납니다.

호주에서 날아와 시베리아로 가기 전에

새만금 갯벌에서 쉬어가는 생명들입니다.


또 한 걸음 내 딛습니다.


4월 6일, 열흘째입니다.

함께 한 오영숙 수녀는 말합니다.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야할 동반자이며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세 번째 걸음을 다시 딛습니다.

4월 16일, 스무날입니다.

보령도서관에서 일하는 성은정님

풀어 키우는 닭이 낳은 유정란 한 판을 내 놓았습니다.

식당일을 하는 한 아주머니는

음료수를 사 먹으라며 후원금을 건넸습니다.


이제 절을 올립니다. 


4월 26일, 한 달이 되었습니다.

후텁지근한 날씨입니다. 

무릎을 굽히고 머리를 숙이는 그 행동마다

가쁜 숨이 몰아치고 얼굴에 땀방울이 맺힙니다.


세 걸음에 한 번 절하는 삼보일배는 그렇게 깊어집니다.


문규현 신부는

무죄한 예수를 죽인 군중이 바로 우리라며

눈앞의 편리만 찾는 태도가

무고한 새만금의 생명을 죽인다고 말합니다.

 

수경 스님은

산은 아스팔트의 이름으로, 강물은 댐의 이름으로,

갯벌은 매립의 이름으로 죽어

뭇 생명들의 거대한 공동묘지가 된 오늘을 개탄합니다.


부안에서 서울까지 약 300킬로를 잇는

삼보일배는

사람과 자연이 지혜롭게 만나는 현장이었습니다.

생명들에게는 

앞뒤와 위아래가 없다는 것을 깨우치는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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