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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자전거의 짝사랑

광주에서 곡성가다가, "되돌아가자"

 

다시 석달 만에 이뤄진 자전거 여행. 그러나 집을 나온 지 3시간 만에… 핸들을 돌렸다. 목표지를 등졌다. 마음을 접었다.

성패로 얘기하자면 ‘패’에 무게를 두어야 할 발길이다. 다행히 여행엔 애당초 성패란 없는 말이다. 오직 지나온 길과 나눈 무수한 이야기만을 있을 뿐이다. 여섯 시간 정도 걸린 화순 여행에서 길과 나눈 얘기들은 몸으로 받아 적었다.   


‘광주-> 화순-> (석곡면) - 곡성 - (송동면) - 남원(1박) - 순창 - 담양 - 광주’

애초 1박2일로 잡은 이번 여행의 여정이었다. 이 여정은 오래 전부터 생각해 두었던 길이다. 곡성과 남원에서 찾을 두 가지의 추억 때문이다. 그 동안 두어 차례 작심했지만, 그때마다 일기예보에 막혀 아예 아파트 현관 너머로 나서지도 못했다.


2월 6일 아침 7시 40분. 높새와 함께 아파트를 나섰다. 전날 일기예보는 오늘 아침은 영하 5도, 낮 기온은 영상 6도랬다. 춥다는 느낌은 없었다. 이번 여정은 광주시내를 벗어나는 일로 시작되어야 한다. 풍암지구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광주대 입구까지가 1차 목표지다. 다행히 이곳까지는 지도를 보며 무사히 도착했다. 오면서 두어 번 정도를 쉬었지만, 오랜만에 탔으니 그럴 법도 하겠다 싶었다.


광주대 앞에서 다시 페달을 밟았다. 817번 도로를 타고 화순으로 넘어가는 길이다. 도로엔 차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도중에 신호를 받은 차들이 잠시 지나고 나면 그 빈 길을 자전거가 달렸다. 광주대를 지나 약간의 오르막을 오른 후 잠시 휴식을 취g하고는 다시 달렸다

. 얼마쯤 가니 칠구재 터널로 가는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1미터가 조금 안돼 보이는 갓길이 있다. 오르막을 두고 잠시 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곧장 터널까지 통과하지는 못했다. 터널입구를 300여 미터 남겨두고 다시 쉬었다. 호흡이 가팠다. 근처 저수지 노대남치엔 살얼음이 얼었다. 도로건너편 언덕으로는 나무 한 그루 파란 하늘을 배경 삼았다. 칠구재터널은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의 경계다.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터널을 통과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대개 터널안 도로엔 갓길이 없다. 그렇다고 인도가 잘 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달리는 차와 시간차를 두고 통과하는 게 상책이다. 다행히 터널길이는 500미터이고, 터널 아래쪽에서 차들은 신호를 한 번 받고 올라온다. 터널 앞쪽에 다다라 잠시 기다렸다. 이윽고 한 무리의 차들이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뒤가 조용하다. 차들은 저 아래쪽에서 신호에 막혀있을 것이다. 이제 자전거의 차례다. 터널로 들어서자 페달을 세게 밟았다. 500미터를 달리는 동안 자전거를 앞지른 차들은 많지 않았다. 


터널을 통과하고 나니 내리막이다. 여전히 약간의 갓길도 마련돼 있다. 브레이크에 약간의 힘만 실은 채 내리막의 즐거움을 맛본다. 길은 어깨를 낮춰가는 두 산등성이를 양쪽에 두고 함께 키를 낮춘다. 왼쪽 산등성이로는 햇살이 잡히지만 그 등성이에 가려 도로엔 햇살이 없다.


내리막의 즐거움은 10여분도 되지 않아 끝났다. 화순군 앵남역 부근에서 55번 도로가 동서로 누워 817번 도로를 맞이했다. 55번 도로는 서쪽으로 가면 남평읍이고, 동쪽으로 가면 화순읍이다. 55번 도로로 갈아 탄 지 얼마되지 않아 다시 멈췄다. 여전히 호흡이 거칠다. 이제 자전거를 탄 지 한 시간 남짓 되었으니 아직까지는 그럴 수 있다 싶다.


다시 길을 줄이고 가니 이번에도 고개가 막아선다. 힘을 주고 기어를 올리며 오르다 고개의 8부 정도에서 멈췄다. 비로소 준비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길이 에스자로 굽은 데다 오르막이다. 그리 급경사는 아닌데 갓길이 없다. 종종 덤프트럭도 오간다. 끌고 가기가 더 험한 길이지만 오르막이라 어쩔 수 없다.


자전거를 끌고 가다가 기어이 자전거에 올랐다. 다시 힘을 주어 땀재를 올라섰다. 그곳에 서니 화순읍내의 아파트들이 살짝 드러난다. 산속에 포근히 안긴 모양새다.

땀재를 뒤로 하고 화순읍으로 드는 길은 내리막에 에스자를 그리는 길이다. 차도 별로 없으니 흥이 절로 난다. 이런 맛에 라이딩하는 이들이 있다. 시간으로 계산하면 찰나로 느껴질 만한 아쉬운 시간에 내리막은 끝나버렸다.


화순읍내를 거치는 길이다. 지방도를 택하면서도 나름의 지름길을 가려면 읍내를 통과해야 한다. 읍내 초입부터는 어슬렁거렸다. 이 길이 맞을까 싶은 탐색이 기본이지만, 칠구재와 땀재를 넘어온 그 용기가 은연 중 몸에 스몄다.


화순읍내를 서에서 동으로 가로 질러가니 동쪽끝에서 2차선 도로가 동남쪽으로 펼쳐진다. 찾던 길이다. 아마도 고속화된 지금의 22번 국도가 없었을 때는 이 길이 곡성으로 가는 도로였을 듯 싶다. 다행히 많은 교통량을 22번 국도가 맡고 나니 이 길은 오가는 차량이 적다. 화순읍에서 30여분을 달렸다. 다음 목표지인 곡성군 석곡면까지 가려면 두어 시간 정도가 걸릴 듯 싶다.


이제 길은 평지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자전거에 속도가 붙지 않는다. 시속 15킬로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영 찜찜하다. 곰곰이 생각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결정한다. 여기서 되돌아가자. 자전거가 멈춘 곳은 화순군 동면 우체국 근처다.(20100220)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