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리고 흥미로운 일은 거듭 일어났다. 우연히 내 이메일에 들어가보니 낯선 편지가 들어와 있었다. 클릭해 보니 다음과 같은 글이 들어와 있었다.
“처음에는 님의 글을 읽고 저희들이 생각했던 의도를 너무나 잘 이해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갑자기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더군요. 과연 님의 의구심을 완전히 풀어 드릴만큼 컨텐츠를 잘 만들었는가 하는데에 이르러서는. 너무도 짧은 시간에 만들다 보니 처음의 철학을 잊고 어떤 부분은 채우는 데에 급급하기도 했고 약간의 상업주의적 냄새가 나는 것도 사실이라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켜봐 주세요. 제가 이 사업에 뛰어든 것은 여성을 위하고 싶다는 순수한 의도였기에 점차 곳곳에서 그런 향기가 풍겨 나올 것입니다. 님의 글을 읽고 마이클럽의 내용을 채우는 많은 분들이 따끔한 충고에 감사하며 함께 모여 업데이트 원고를 다시 읽어보곤 했답니다. 혹, 시간이 되시면 한번 만나 뵙고 많은 충고 듣고 싶습니다. 이 밤, 시간 핑계대며 정신없이 앞으로만 나간 스스로를 반성할 기회를 주신 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꼭 한번 뵙고 싶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선영이’가 보낸 러브레터인가! 선영이 광고를 만근 여성인터넷 회사의 고위 관계자가 보낸 메일이었다. 회사와 이해가 걸린 일이니 칭찬하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글에서 나름대로 진정성을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짤막하게 답장을 썼다.
“… 아무튼, 감사합니다. 글에 대해 답한다는 게 쉽지 않는 일인 것 같은데…. 제 글은 OOO님의 회사를 칭찬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은 글을 읽으셨다니 잘 아셨을 것입니다. 문제는 사랑에 대한 인식이겠죠. 아침에 우연히 티비에서 선영이 광고를 보았습니다. (제 집에 티비가 없었는데, 참 우연이었죠.)
그래서 무척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묘하게 제 주변에서 돌아가는 선영이에 대한 상황 등이 말이죠. (실은 크게 보면 이미 다른 언론이나, 남들이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저는 제가 알아가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아직 OOO님께서 운영하시는 홈페이지에는 못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여성을 위하고 싶다는 순수한 의도"를 잃지 않길 바랍니다. 제가 감히 충고를 할 입장은 아닙니다. 따라서 달리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OOO님을 만나 뵙고 싶습니다. 갑자기 바쁜 척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에… ”
연애는 사적이지만, 또한 사회적이다
반론기사를 올린 이후 선영이 기사를 썼던 <오마이뉴스> 기자가 다시 글을 올렸다. 글의 많은 부분은 필자의 사적인 연애경험담으로 흘렀다. 내 글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짧았다.
“내 글을 읽고 노정환 기자가 반박 기사를 썼다. '앞으로 연애와 사랑에 대한 담론을 올리겠다'고.
일천한 배움과, 인식 얕은 내 주제라 거창하게 '담론(談論)'이라 하니 겁부터 난다. 하지만 '사랑'이 그렇게 과학적으로 분석되고, 식자(識者)들에 의해 이성적으로 연구돼야 하는 성질의 것일지, 그래서 정리된 하나의 '론(論)'이나 설('說)'이 되어야 옳은지는 의문이 남는 게 사실이다.
한 시절 누구보다 조국을, 민족을, 민중을 사랑했다고 큰소리치던 사람들이 그들이 사랑했다던 것들을 대변해야 마땅한 여의도 돔형 석조건물에 들어가서 보여주는 상식 이하의 행태들. 그들이 사랑에 관한 '론'이나 '설'을 몰라서 그럴까. 천만에. 그 이유는 그들이 가슴이 아닌 머리로만 사랑을 배우고 행한 기계적 교조주의자였다는 것이다. 세칭 식자의 사랑이란 여기서 한 발짝도 더 나갈 수 없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