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Writing Story> - 글, 사진과 놀다②
봄에는
무조건 투항이다
몸으로 봄이 되는 생명들 곁에서는
그것도 희망이 된다
사무실에 수많은 화분들이 있다. 화초 키우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대개 서너 개 크고 작은 화분을 책상에 올려둔다. 그 덕분에 어떤 사무실에 들르면 화원에 간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화초를 키우다 보면 종종 흥미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그 가운데 막 싹이 돋는 모습은 흥미를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때마다 짬이 나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어느 동료가 키우던 화분에서 새싹이 돋았다. 잎사귀만 한 개 따서 꽂아 두었는데 용케 뿌리를 내렸다. 아이든 식물이든 생명있는 것들의 세상 첫 나들이는 신비롭기는 마찬가지다. 그 신비로움을 오래 두고자 하는 이라면 천상 카메라의 능력을 빌릴 수밖에 없다.
글이 사진과 노는 방법을 설명하긴 참 어렵다. 찍은 사진을 가만히 드러다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문장이 떠오른다. 논리적 글도 아닌 지라 순서를 짓기도 어렵다.
아무래도 글이 사진과 노는 법은 응시와 침묵이 아닌가 싶다. 가만히 숨죽인 채 침묵속에서 사진을 응시하고 있으면, 처마끝에 고인 물이 제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기어이 한 방울 떨어지듯이 몇 줄의 글이 백지위에 내려앉는다.
이 글에서 스스로 느낀 재미는 단어 "투항"이 의미상 대치점에 있을 듯한 "희망"과 연결된다는 점이다. 아울러 '몸으로 봄이 된다' 는 의미를 찾은 점도 흥미로웠다. 이 두 가지 흥미가 서로 만나 의미를 맺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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