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한 뼘도 안 되던 키가
한 팔길이 만큼 자란 건 기쁨이겠으나,
제 몸 하나도 버티지 못해 푹푹 줄기를 꺾는
그 아픔까지도
당신이 키운 것인지, 그처럼 미련스레 살아도 되는지…
내가 당신에게 물을 주었고,
내가 당신을 볕드는 창가에 두었거늘,
어제의 내 사랑이
오늘 그처럼 아픔이 될 줄이야
하여 당신의 아픔이 내겐 속상한 일이거늘…
사랑도
그처럼 아픔이 될 줄이야…
지금 당신이 줄기를 꺾지 않았다면,
나 또한 깨닫지 못했을지니
내가 당신에게 준 사랑에
당신은 온몸을 꺾어 나를 일깨워 주었으니
내게 보여 준 그 아픔 또한
내게 주는 사랑인 줄 알겠습니다.
2
꺾인 당신의 줄기를 세우고,
마른 잎을 따 내고,
물을 깊게 적시고,
좀더 볕 가까이 두는,
이 모든 관심이
당신의 아픔으로부터 비롯되었으니
아픔도
때로는 더 깊은 연(緣)을 만드는가 봅니다.
어느 날,
당신의 뿌리로부터 자란
새싹 한 줄기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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