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에 만난 시흥리 마을엔 놀이터가 있다. 그네, 회전놀이판, 정글탑, 농구 골대…. 그런대로 모양을 갖춘 놀이터였지만 정작 있어야 할 한 가지가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이 없었다. 시간 때가 맞지 않아 아이들을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었으나, 굳이 종일 기다리지 않더라도 아이들의 부재는 눈치 챌 수 있었다.
놀이터에는 잡초들이 무성했다. 풍년초가 듬성듬성 자라 을씨년스런 풀밭으로 만들어버렸다. 간혹 그네의 아랫부분에 맨 땅이 드러나 아이들의 흔적을 말해주긴 했다. 그러나 대세는 풀밭이다. 아이들의 땅은 풀들에게 잠식당하고 있다.
이제 놀이터는 아이들의 발길이 아닌 이방인의 눈길에서 존재한다. 이방인은 마을 한 가운데 아이들의 놀이터를 만들어 놓았던 마음을 읽는다. 마치 놀이터를 감싸듯 주변으로 잡들이 자리 잡았다. 놀이터는 공터가 돼가지만, 이방인의 시선이 흘러가지 않고 잠시나마 머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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