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발길은 2차선 도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성산포로 향하는 길에서 잠시 이정표를 잃기도 했다. 그러나 큰 거리에서 성산포라는 방향이 뚜렷하다 보니 잔걸음은 잃어도 큰 보폭은 어긋나지 않았다. 성산포와 상산일출봉으로 가는 삼거리를 지나 “조금만 더 가면 멋진 풍경이 있다”는 가게 주인의 말이 발걸음에 힘을 실어준다.
성산포 선착장이 눈앞에 보일 무렵, 정말 길을 잃어버렸다. 앞은 우도 쪽으로 열린 바닷가선착장과 대합실이다. 왼쪽은 커다란 철골이 놓인 공장들이, 오른쪽은 풀밭에 저만치 솟은 언덕엔 군부대가 있는 듯 철조망까지 보였다. 방금 걸어온 뒤쪽에도 어느새 바닷가에 놓일 시멘트 구조물이 가득했다.
갈 길을 모를 땐 아닌 길부터 찾는 게 방법이다. 선착장으로 갈 올레길도 아니고, 공장으로 들어설 올레꾼도 없을 듯하다. 그렇다면 되돌아가거나 오른쪽 언덕이다. 뒤돌아보면 여전히 올레길을 알리는 파란색 화살표가 선명하다. 이제 남은 길은 하나. 오른쪽 잔디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 멀리 풀숲에서 파란색 주황색 리본이 팔락거린다. 오라는 손짓이다.
모래언덕 길을 지나 언덕을 잠시 오르니 거기에 바다가 펼쳐졌다. 가게 주인이 얘기하던 “멋진 풍경”이다. 철조망으로 둘러쌓인 KBS송신소를 등지고 바라보는 바다는 가슴을 탁 트이게 했다. 그 바닷가에서 꽃송이를 만났다. 멀리 우도를 바라보며 핀 꽃이다. 바다보다 수천, 수 만분의 일도 안 되는 몸짓이 바다를 통째로 풍경으로 거느렸다. 바닷가의 꽃이 아니라 꽃 근처에서 출렁이는 바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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