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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자전거의 짝사랑

높새, 섬진 봄길을 가다②

 

압록에서 보성이 섬진과 조우할 때, 18번 국도는 순천과 구례구역을 지나 남원을 잇는 17번 국도를 만났다. 높새는 압록사거리에서 18번 국도와 17번 국도를 모두 버렸다. 그 대신 섬진강 물길 위로 놓인 예성교를 건넜다. 예성교 건너에도 섬진을 따라 2차선 도로가 나 있다. 이 도로는 높새에겐 낯익다. 3년 전 지리산을 돌때 구례에서 남원으로 가던 길이었다. 당시엔 비가 내렸고, 두 사람이 보성교에서 섬진의 흙탕물 아래로 낚시를 내리고 있었다.


두 번째 만난 섬진은 반가웠다. 3년 전과 달리는 방향이 다르니 길도 새로웠고, 길이 새로우니 풍광도 달라져 보였다. 덩달아 섬진도 더욱 늠름해진 듯했다. 종종이 물줄기 위로 드러난 바위들이 새삼 풍경이 되었다. 그러나 섬진의 변화는 무엇보다 봄에서 왔다.


삼월 섬진엔 봄이 완연했다. 강가 곳곳은 이미 꽃들이 빼곡히 들어섰다. 처음에 매화 몇 그루로 만났던 섬진이, 갈수록 매화무더기를 이루었고, 어느새 산유수꽃도 강가에 나왔다. 어느 길가엔 개나리가 세상을 노랗게 바꾸었다. 매화, 개나라, 산수유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모습을 드러냈다. 때론 서로 엉키듯 자리를 잡기도 했다.


수시로 형태를 바꾸는 섬진과 꽃들을 만날 때마다 높새는 멈췄다. 그냥 바람으로 지나치기엔 꽃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꽃들끼리 포즈를 취하게 하고, 섬진과도 배경을 맞춰 카메라에 담았다. 달리는 시간보다 카메라를 들고 서성거린 시간이 많을 정도였다. 

 

구례구역까지 이어진 길은 갓길은 없었지만 오가는 차들이 적어 호젓함마저 돌았다. 간혹 지나는 차들은 높새를 피해 슬쩍 중앙선을 넘기도 했다. 햇살은 열기는 빼고 따스함으로만 내렸다. 바람도 불지 않았다. 걱정스러울 무엇도 없고, 즐겁지 않을 무엇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섬진이 내 준 길을 따라 페달을 밟으면 그만이었다. 구례구역에서 잘 바래준 섬진과 작별했다.(20100329)-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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