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에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니 9시가 조금 넘었다. 섬진교를 건너 다시 861번 도로를 만났다. 이곳에서는 순천으로 바로 넘어가는 2번 도로도 있다. 2번 도로는 산을 타고 넘는다. 이 길로 가자면 한 시간 남짓은 끌고 올라가야 할 듯싶다. 861번 도로는 2번 국도 아래로 놓였다. 거의 평지다.
861번 도로 옆 역시 매화꽃 천지다. 매화꽃이 가로수가 되었다. 어느새 섬진과는 멀리 작별했다. 시골 마을을 지나는 길은 평이했다. 얼마쯤 가자 오르막이 나타났다.
어제부터 페달을 밟은지라 양 다리는 허벅지 부분에 힘이 굳었다. 고통스럽다고 말하기엔 둥글게 느껴지는 통증이 있었다. 힘을 주려 해도 힘이 고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오르막에서는 높새를 끌고 올랐다. 엉덩이도 아프긴 했지만 참는다고 말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마을 몇 개를 지나니 제법 긴 오르막이 나타났다. 도로는 시나브로 각도를 세우더니 광양시 진월면에서 고개 하나를 넘었다. 언제나 오르막은 고통이지만, 내리막은 즐거움이다. 휘고 굽은 내리막을 따라 달리는 높새는 신이 났다. 그 내리막길에서 트레킹 하는 두 사람 사이를 스쳐 지났다. 봄맞이를 발걸음으로 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걷자면 10분쯤 걸렸을 길을 달리고 나니 다시 도로는 평지로 이어졌다. 들판엔 논에 물을 대는 농부들도 보였다. 벌써 봄농사 준비가 시작됐다.
다시 얼마쯤 가자 강이 보였다. 섬진이다. 하동에서 헤어진 물길을 이곳에서 만났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861번 도로는 산자락으로 붙었다. 섬진은 저 아래로 흘렀다. 861번 도로는 10번 도로 아래를 통과하고 나서야 섬진의 물가에 나란히 섰다. 광양의 만덕포구로 섬진이 남해를 만나는 곳이다. 멀리로는 광양제철소가 보였다.
그곳에서 조금 더 지나 2번 국도를 만나면서 861번 길에서 벗어났다. 861번 도로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감잡기 어려웠다. 2번 국도 역시 화물차들의 이동이 잦았다. 태인대교를 지나고 나니 광양공업단지였다. 길이 맞는지 헷갈리면서 지나왔으나 용케 길호대교까지는 예정대로 왔다. 그쯤에서 서서히 마음속에 돌던 생각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여정은 여기서 끝내기로 했다. 광양.
애초 예정지인 여수까지 가려면 4~5시간은 더 가야 했다. 아직 12시가 못 되었으니 시간상으로는 가능하지만, 다리 상태로 봐서는 쉽진 않을 듯싶었다. 861번 국도와 헤어지고 나니 계속 가야하는 동기부여도 쉽지 않았다. 여수까지 가는 동안은 바다의 기운이 몸에 섞일 텐데, 섬진에서 맛보았던 봄꽃의 느낌은 그것대로 간직하고 싶었다.
길호대교를 건너 근처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 남은 것은 광주로 버스점프하는 것뿐이다. (20100329)-끝
'지구자전거의 짝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스를 사랑한 높새, 공존을 찾다 (1) | 2010.03.29 |
---|---|
높새, 섬진 봄길을 가다④ (0) | 2010.03.29 |
높새, 섬진 봄길을 가다③ (1) | 2010.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