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해남 땅끝까지, 자전거 타고 408km 3박4일'.
자전거를 좋아하는 이라면 이 정도 문구만 듣고도 가슴이 뛸 일이다. 3박4일간 자전거를 타고 수원에서 해남까지 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흥분된다.
이 문구엔 더욱 가슴뛸 만한 내용이 몇 개 빠져 있다. 점증법으로 드러내보자면, 이 자전거 여행은 비교적 안전하다. 여행객들 앞에는 순찰차가, 뒤에는 안전차량이 함께 한다. 국도나 지방도에서 자전거 탈 때 가장 큰 위험은 옆을 스치며 달리는 차들이다. 이번 여행엔 적어도 한 개 차선은 확보해 상대적으로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가슴 뛸 또다른 일은 이 자전거 여행의 제목에서 엿볼 수 있다.
'정신장애인 인권향상을 위한 존중과 회복의 자전거 여행 - 시선을 넘어 희망의 페달로'
이번 자전거 여행의 핵심은 바로 정신장애인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는 점이다. 노는 즐거움, 달리는 즐거움을 혼자서 즐기는 게 아니라, 정신장애인과 더불어 가꾸는 여행이다.
이번 자전거여행의 애초 의미는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생각하는 여행이다. 여전히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적지 않은 우리 사회 현실을 고려할 때, 이번 여행은 그 벽을 조금이나마 낮추려는 일환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행사를 위한 이벤트일 필요는 없을 듯 싶다. 당사자이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그들 앞에서 차별과 편견을 얘기하는 것 또한 예의도 아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인간승리'의 한 파노라마를 상상할 수도 있겠으나 그 역시 또다른 편견일지도 모른다. 이런 몇 가지 의례를 벗어내고 나면 남은 것은 참 소박하다.
그들도 나처럼 자전거 타는 즐거움을 아는 이라는 것, 그들도 나처럼 자전거로 전국을 달리는 꿈을 꾸었을 이들이라는 것. 그러니 나만큼 부푼 가슴으로 즐거워 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혼자 갈 때보다 한번 더 살피고, 한번 더 둘러봄으로써 '차이'의 간극을 좁히는 약간의 팀웍만 있으면 될 듯싶다.
자전거여행은 6월 7일 월요일 아침 7시, 수원에서 출발한다. 첫날은 오산과 송탄 평택을 거쳐 조치원까지 간다. 6월 8일엔 조치원을 출발해 대전과 논산을 거쳐 전북 삼례에서 둘째날 밤을 맞이한다. 셋째날인 6월 9일엔 전주와 장성을 거쳐 광주에 도착한다. 6월 10일 목요일 아침이 밝으면 여행은 마지막 날이다. 광주에서 출발해 영암, 강진, 남창을 거쳐 땅끝에 닿으면 넷째날의 오후 그림자가 길게 늘어설 듯 싶다.
내겐 2년 전에도 이 같은 자전거 여행의 기회가 있었다. 그땐 신청까지 해놓고 출발 하루 전에 포기하고 말았다. 밀려 든 업무를 내려놓고 가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 버렸다. 이번 역시 업무가 순탄하게 자리를 비껴 주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내일이면 자전거 와 함께 수원으로 간다.
우선순위를 바꾸지 않으면 사람은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살면서 즐거움과 의미까지를 겸비한 여행을 가기란 쉽지 않다.
물론 4일 동안 즐거움만 있을 것 같진 않다. 비록 안전도는 높였지만 도로 위의 자전거에 닥칠 위험이 모두 사려졌다고 볼 순 없다. 체력도 미지수다. 낮엔 여름날씨 같은 요즘, 아스팔트 길을 달린다는 것은 고행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지금은 오직 떠나는 즐거움만을 생각하련다. 4일간 또다른 무엇을 도모하려면 몸이 즐거워야 가능하다. 여행의 의미를 한껏 키우려면 마음이 즐거워야 가능하다. (20100604)
<이번 행사는 경기도 정신보건사업지원단이 주최하는 행사로, 정신장애인 15명과 관련기관 자원봉사자 등 총 40명이 함께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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