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제주의 관광목록에 성산봉을 올리는 건 이미 일반사다. 바다 한끝으로 도드라져 나온 형태도 볼만하거니와 그 머리에 남은 분화구는 멀리 바다와 어울러 신비감도 품고 있다.
올레길에서 그 낯익은 성산포의 이면을 보았다. 상산포항에서 성산일출봉으로 향하는 언덕빼기를 걷다 앞쪽에서 도드라지는 성산봉은 이전에 보았던 어느 모습과도 달랐다. 시멘트 길이 바다를 피해 뭍쪽으로 붙은 언덕에서는 오히려 말들이 바다에 가까이 섰다. 그 말들과, 그 언덕과 그 시멘트길이 어울러 상산봉의 이면을 만들었다.
상대가 바뀌지 않는다면 내가 선 위치를 바꾸는 것도 방법 가운데 한 가지겠다. 그러나 그것이 본질이 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성산봉의 이면에 만족하지 못하고, 내일 아침이면 분화구를 향해, 동녘 바다로 떠오를 해를 맞으러 가는 무리에 나 역시 할께 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면은 진실이 아니다. 다만, 진실을 찾기 위한 다각도 가운데 한 각에 불과할 뿐이다. 그럼에도 이면은 의미있다. 다각도의 한 각에 해당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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