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치기해변에서 시작된 2코스에 접어 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물가 길이 나타났다. 물은 바닷물이지만 그 모양새는 호수와 다를 바 없다. 호수같은 바다다.
처음 걷는 올레길은 모든 게 미지다. 비록 제주도에 서너 번 다녀갔다고 해도 올레는 다른 방식으로 다른 지역을 내놓기 때문이다.
호수같은 바다를 끼고가는 길은 별 특징이 없다. 모양새만 봐서는 무엇 하나 새로울 것이 없다. 여느 호숫가라도 가질 법한 물가의 길과, 파도도 없는 그저 죽은 듯한 물도 큰 매력이 없다. 주변엔 나무 한 그루도 없어 마땅히 쉴만한 곳도 아니다. 그저 때론 질척이는 땅을 피해 걸어야 하는 조심성만 없다면 무뚝뚝한 발길이 잘 어울린다 싶다.
물 주변을 걷고나면 이제 길은 방파제를 타고 호수같은 바다를 가로지른다. 방파제 양쪽에서 출렁이는 물들이 조그은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1코스에서 거대한 갑문다리로 건너왔던 성산포 바다를 이제는 폭 1미터 남짓한 방파제를 따라 되건넌 것이다. 바다로 둘러쌓인 제주에서 때로 바다는 이처럼 조연에 지나지 않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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