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모내기를 하려는 무논에 흰 새 한마리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는 그것만으로도 생명의 존재를 알렸다. 산간 비탈진 논에 모내기보다 먼저 날아온 새는 그 자체가 생명이었다. 이로써 우리는 친환경적인 삶을 맛 보았노라고, 거창히 한 줄 써 내려갈 증거를 갖게 됐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비록 증거는 갖게 됐지만, 그 증거가 곧 친환경적인 삶은 아니다. 아이러니는 거기서 시작한다. 우리가 친환경적인 증거를 더욱 많이 발견할수록 세상은 친환경적이지 않게 된다. 증거를 많은 사람이 보려할수록 세상은 반환경적으로 변한다.
거기엔 근본적 딜레마가 놓여있다. 이제 인간은 친환경적이 않기 때문이다. 이제 증거를 찾지 말고 증거를 만들어야 하는, 직접 증거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20100628)
<사진설명>
5월초 지리산 둘레길을 걷가가 무돈을 나는 새 한마리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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