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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자전거의 짝사랑

장마는 시의적절했다














장마는 시의적절했다. 7월 24일 전라도 서부지역에는 집중호우가 내렸다. 김제, 부안, 고창, 영광. 내가 가기로 한 지역은 모두 딱 그 지역이다. 차들도 달리기 어려울 정도로 내린 비니 자전거로서는 언감생심이다. 덕분에 호기롭게 계획을 세웠던 자전거여행은 조용히 접고 말았다. 
(관련글 - 7월, 또 페달을 밟으련다)
 
토요일. 집에서 내리는 비를 보며 이대로 여행을 접고 말 것인지 생각했다. 그러다 컴퓨터를 켜고 지도검색을 실시했다. 일요일에라도 떠나보자 싶었다. 담양을 거쳐 정읍으로 간 후, 1번국도를 타고 장성을 거쳐 광주로 되돌아오는 코스가 그려진다. 약 90킬로미터 남짓 되겠다. 도로번호와 중요지명을 메모해 둔다.  저녁엔 마크에 들러 청도복숭아도 샀다. 자전거여행에서 쓸 간식용이다. 마트를 오가는 짧은 길에서 느낀 바람이 신선하다.  

일요일. 천도복숭아는 냉장고에 보관돼 있다. 자전거는 현관에 놓여 있다. 노을이는 아파트에서 한 발자국도 나서지 않았다. 월요일을 앞두고 90킬로미터 남짓한 거리를 다녀올 자신이 없었다. 그 대신, 빨래를 했다. 그 대신, 못 보았던 드라마 <동이> 재방송도 보았다. 그 대신, 글쓰기반 원고 검토도 진행했다. 

실행하지 못한 자전거여행을 위한 변명으로, 장마는 시의적절했다. (2010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