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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온날

"후원은 재미있게, 이야기있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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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말에 알라딘에서 구입한 책들이다. 책 제목이 낯설다. 필자도 익숙치 않다. 내 취향에도  참 안맞을 듯 싶다. 구입은 내가 했지만 주인은 따로 있었다.  전혀 낮선 제목의 책을, 그것도 주인이 따로 있는 책을 구입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연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12월 무렵 사무소 직원과 술 한 잔 할 기회가 있었다. 이날 잡담을 하다가 우연히 '후원'얘기가 나왔다.  여기에 단체 활동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묻어나왔다. 단체 후원과 단체활동가들의 이야기가 곁들어질 무렵 나도 한 마디 했다. 

"그냥 단체 후원보다도 어떤 한 사람을 후원하는 일도 재밌겠다. 단체 후원하면 단체활동비로 가버리는데 그런 것 말고 어떤 개인을 후원하는 방식, 이를테면 매달 책을 한권씩 사 준다든가...
아무튼 후원을 해도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어. 후원받는 사람이나 후원하는 사람도 재미있을 수 있는. "
술자리 얘기가  그렇듯 돌고돌아 다시 한 활동가 얘기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난 직원에게 한 마디 던졌다. 
"그럼 그 활동가에게 매달 책 한권씩 사 주는 방식으로 후원해야겠다!"

그 활동가를 알게 된 것은 광주에 온 이후였다. 가끔 일 때문에 사무소에 오면 얼굴을  본 정도였다. 그러니 자세히 안다고 할 수 없었다.  그날 술자리에서 직원에게 들은 몇 마디가 전부이다시피 했다. 
그 활동가는 광주에서 영화 관련한 단체에서 일한다. 그냥 영화라기보다는 '인권'이니 '독립'이니 하는 그리 중심적이지 못한 영화들이다. 그러나 '영화'라는 영역은 '인권'을 만나면 울타리가 되지 않는다. 때론 지역사회의 인권 문제에도 여러가지로 활동을 한다. 장애인,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시선을 돌린다. 

술자리에서 오고간 얘기였으니, 후원을 '반드시'  행할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후원은 은근히 압박이었다. 매달 책 한 권을 보내자니 매달 어떤 책이 필요하냐고 물어봐야 할 듯  했다. 그런 과정은 참 번거러워 보였다. 재미있지도 않을 듯 했으며 상대방에게 온갖 생색을 다 내는 듯 했다. 상대방 역시 불편할 노릇이었다.    

결국 6월이 다 갈 때까지 은근히 입박을 받으며 그냥 술자리잡담으로 넘어갈 판이었다.  그러던 6월 말 사무소에서 행사가 있었는데 그 활동가가 왔다. 기회는 이때다 싶었다. 
"혹시 읽고 싶은 책 있으면 다섯 권만 적어주세요"
밑도끝도 없는 이 말에 그 활동가는 큰 의문없이 책 목록을 적어주었다.  

책은 6월 말에 알라딘에서 곧바로 그 활동가에게 배달되었다. 매달 1만원씩 후원한 셈이 됐다. 밀

린 숙제를 한듯 속이 후련했다. 두어 번 고맙다는 문자메세지를 받았다. 술자리 잡담은  이제야 약속이 되었다.  그런데 6개월의 압박이 즐거웠는지는 의문이다. 

역시 변화는 어렵다. 그냥 평범하게 계좌이체로 1만원씩 보내면 될 일을 이리 복잡하게 하다니. 그래도 남는 거는 있다. 살면서 이런 이야기를 한 개 건졌다는 것이다. 이제 내 후원의 방식에 한 가지 더 추가하면 되겠다.
"후원은 재미있게, 이야기있게"
그래야 즐거운 놀이가 된다.(2010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