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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4+39

구두에게 듣다


 

어느 날

구두 뒷굽 바닥이 달아 생긴

손가락만한 빈 틈에

돌멩이가 들어갔다.


“달그락 달그락”

걸음마다 돌멩이가 먼저 앞장섰다.

정신이 구두 바닥까지 해찰을 부린다  

 

어느 날 

닳아 헤진 구두 뒷굽 바닥을 칼로 오렸다

구두 뒷굽 바닥엔 

손가락 두어 개가 드나들 구멍이 꿇렸다  


그때부터 

걸음보다 먼저 해찰부리는 소리가 사라졌다.

구멍은 더 이상

틈이 아니라 하나의 공간이 되었다


맘에 쌓인 갈등 또한

맘에 온전히 들지 못 한 채 

틈에 끼여 해찰부리는 일로부터 비롯되는 것은 아닌지… 

틈이 생긴 맘이라면

차라리 활짝 열어 제껴 두면 어떨지…


이번 구두값을

생활비가 아닌 수업료로 한참 지나서야 셈한 이유이다/ (2003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