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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4+39

34와 12분의 11(200311)


 


“11월 5일, 잡지 발행일을 훌쩍 넘어 버렸다. 그런데도 아직 원고를 마감하지 못했다. 약 10쪽 분량의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데, 다른 일들로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어제는 또다시 영화 시사회 일이 불쑥 뛰어들었다. 결국 하루종일 잡지 마감일은 한 가지도 손을 대지 못했다.”


세상풀이에 기록하려 했던 글의 일부다. 11월, 결국 월간 「인권」은 태어난 지 넉 달 만에 한 호를 쉬게 되었다. 11월과 12월 합본호를 내게 된 것이다.

이렇게 만든 상황에 대해 화도 나고, 결국 우리 위원회는 이 정도의 열정을 갖고 잡지를 만들었나 싶은 야속함도 있었다.


창간호를 만든 이후, 내 몫의 절반가량을 마쳤다고 생각한 나는, 잡지를 만들수록 잡지를 만들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고 있다. 이번 합본호는 그런 생각을 부쩍 키워버렸다. 어쩌면 이번 합본호가 정을 떼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나 스스로를 경계한다. 내 사욕이 스며들 틈을 절대 주지 말라고. (20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