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외국인 노동자가 저녁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돈은 어디서 났습니까?”
“실은 손가락이 잘려서 보상받은 겁니다.”
노동자는 태연하게 말했으나,
함께 있던 이는 울컥 눈물이 솟았습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를 운영하는
박천응 목사의 가슴에 새겨진 작은이야기입니다.
그가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이 아닌 ‘주체’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된 것도
그처럼 작은 사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97년 2월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한 남자가 교회 문 앞에서 신문지를 덮은 채 자고 있었습니다.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한 상담을 하려고
노동자센터를 찾아 서울에서 안산까지 걸어온
나이지리아 노동자 였습니다.
박 목사는 그에게서 예수의 잔상을 보았습니다.
‘예수가 외국인 노동자로 다시 세상에 와
사회운동 한다는 나를 각성시키는 건 아닐까.’
임금체불․부당해고에 대한 상담과 항의,
노동자 농장, 신용협동조합, 공동탁아소 운영,
‘국경 없는 마을’ 설립…,
박 목사가 ‘예수들’을 위해 하는 활동은 끝이 없습니다.
박 목사의 그런 잰 발걸음은
작은이야기에 담긴 큰 세상을 사랑할 줄 아는
그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