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이유명호님이
중고생 시절 때 일입니다.
어느 날 그의 아버지는 이유님과 함께
미성년자관람불가인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극장주인은 막아섰지만
아버지는 오히려 따지고 들었습니다.
“부모랑 왔는데 무슨 상관입니까!”
이들 부녀는
훗날 단속이 덜한 동네극장에서 그 영화를 함께 보았습니다.
이유님의 지갑 속엔
아버지의 시신을 화장한 후
타다 남은 뼛조각 중 한 개가 고이 간직돼 있습니다.
그만큼 아버지는 삶의 든든한 친구이자 스승이었습니다.
평일날 등교 대신 광릉으로 놀러가고
교장 선생이 훌륭한 학교를 가기 위해
중학교를 하향지원 한 일,
모두 아버지가 부추긴 일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반말을 쓰라 한 이도
아버지였고
결혼할 때 ‘참고 살아라’는 말 대신
“남편이 한 대라도 때리면 당장 돌아오라”고 말한 이도
아버지였습니다.
이유님은 지난 96년부터 호주제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3살짜리 손자가
할머니보다 우월하다고 인정하는 호주제야말로
남아선호와 가부장의식을 부추기는 악법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님에게
일상을 일탈로서 살아왔던 아버지는
남성으로서의 아버지가 아니라
어른으로서의 아버지였을 것입니다.
획일적 권위와 질서에 맞설
용기를 깨우쳐 주고
몸소 개인의 자유와 가치를 지키는 일을 실천한,
가부장 그 너머에 있는 아버지였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