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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온날

모니터TV, 그 존재를 알게 되다

 

컴퓨터가 고장났다. 갑자기 모니터 전원이 나갔다가 어! 하는 사이에 다시 들어오기를 수 차례였다. 한 시간 후 다시 컴퓨터를 켜니 이번엔 아예 화면이 진행되지 않았다. 마치 티비가 지지직거리는 꼴이다.


할 수 없이 수리점으로 갔다. 모니터도 함께 가져갔다. 그동안 모니터도 맛이 간 증상이 있었다. 화면에 보이는 사진들이 검게 나왔다. 두어 달 전, 컴퓨터가 고장났을 때는 본체 문제인줄 알았다. 그런데 수리점에서 확인해보니 내 컴퓨터 본체와 연결한 모니터에서는 말짱했었다. 그러니 이제 모니터를 의심해봐야 했다.  


수리점에서는 본체의 경우엔 메모리카드 불량이라고 했다. 컴퓨터 본체를 수리점에 맡겨 두고는, 저렴한 메모리카드를 구입하는 화요일에 찾아가기로 했다. 모니터는 수리점의 컴퓨터와 연결해보니 역시 사진이 검게 나왔다.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수리점 직원이 ‘모니터는 수리할 바엔 새로 사는 게 낫다’고 해 집으로 가져왔다.  


컴퓨터 모니터를 인터넷쇼핑 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월요일 점심시간에 줄기차게 검색했다. 기준은 간단했다. 최근 불매운동 대상이 된 한 대기업의 제품은 제외다. 제품은 탐났지만 최소한의 사회적 예의다. 모니터 크기는 21~23인치 정도이며 형태는 와이드화면으로 한다. 좀더 촘촘한 기준을 갖고 살피고 싶어도 다른 사항엔 까막눈이었다.


인터넷쇼핑은 화요일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모니터로 티비를 시청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시장에서는 널리 알려진 기능이지만, 그동안 무관심했던 내겐 신제품이었다. 단박에 모니터TV로 굳어졌다. 제품도 결정했다. 엘지의 M2380D-PN. 23인치고 HDTV를 볼 수 있다. 그 밖에 다양한 성능을 열거했지만, 내겐 ‘아! 그렇군’ 정도였다.


물건을 골랐으니 이번엔 최저가 쇼핑몰을 찾아다녔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307,120원이 제시되었다. 특정 신용카드가 있다면 5% 더 할인되지만 신용카드가 없는 내겐 무용지물이다. 다른 쇼핑몰이 34만원대로 나온 것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그런데 아주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다. 내가 사려는 제품모델은 M2380D-PN이었는데, 쇼핑몰에 전시된 모델은 M2380D-PX였다. 이제 궁금증은 ‘PN’과 ‘PX’의 차이로 집중됐다. 다른 쇼핑몰과 가격차이가 나다보니 혹시 그 이유가 ‘PN’과 ‘PX’의 차이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그렇다면 ‘PX’가 좀 더 떨어지는 모델인가?

컴퓨터 기계치의 공상은 결국 모델 검색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PN’과 ‘PX’의 차이를 속시원히 알 수는 없었다. 간혹 ‘PN보다 나은 PX가 나왔다’는 내용은 있었지만, 그것이 이 모니터를 두고 하는 얘긴지도 알 수 없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화요일 저녁까지도 물건을 고르지 못했다.


화요일 저녁 수리점에 맡겨둔 컴퓨터를 찾았다. 50,500원. 게임 등을 하지 않으니 그래픽카드는 비싸지 않는 제품으로 구입했다.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모니터에 연결하고 전원을 켰다. 잠시 후 윈도우가 시작됐다. 컴퓨터는 별 이상없이 진행되었다. 이제 궁금증은 모니터였다. 인터넷을 연결해 사진을 보았다. 깨끗했다. 어둡게 보이는 것은 사라졌다. 수리점에서 예상한 것과 달리 본체의 문제 때문이었던 모양이었다.

이제 모니터를 구입하겠다는 생각도 말끔히 사라졌다. 이틀간의 모니터 인터넷쇼핑 결과는 당장은 쓸모없게 됐다.  ‘PN’과 ‘PX’의 차이에 대한 궁금증도 굳이 풀 이유가 없었다. 다만, ‘사고 싶은 물건’ 목록에 모니터TV를 추가한 정도만 성과로 남았다.(2010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