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전어. 낮에 마트에 갔다 마지막에 집어들었다. 전어를 챙기기 전에 몇 번을 망설였다. 과연 이것을 잘 구워먹을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다. 지난해 전어를 10여 마리 사왔다가 구워먹기가 힘들어 냉동실에 쳐 넣었던 기억이 선명했다. 결국 다른 물건을 사고는 마지막으로 전어를 집어들고 나왔다. 다섯 마리에 3980원.
전어를 굽기 전에 창자를 도려내야 하는지를 알수 없었다. 한 마리를 꺼내 창자를 도려내다가 나머지 네 마리는 포기했다. 그냥 굽기로 했다. 전어 다섯 마리를 모두 가스렌지 그릴에 구웠다. 타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창문을 열었지만 거실엔 연기가 자욱하다. 냄새는 더 말할 게 없을 듯 싶다.
얼마쯤 지났을까. 눈대중으로 보니 익었다 싶었다. 아니 탄 부위가 차츰 많아져 이제는 꺼내야겠다 싶었다.
전어를 먹고 싶어도 횟집에 가서 혼자 먹기엔 벅차다. 그렇다고 술자리를 만들면 주객이 바뀌어 술이 주가 돼 버린다. 전어를 먹겠다는 욕심을 채우려면 결국 이처럼 집에서 요리 해야 한다.
전어 다섯 마리는 모두 저녁식사 때 해치웠다. 남겨둔다고 다시 데울 수도 없고, 식은 생선만큼 맛없는 음식도 드물다. 아직 그릴을 씻을 일이 걱정스럽지만 부산을 떤 덕분에 가을이 가기전에 가을전어를 한번 더 맛볼 수 있었다.(2010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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