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되어 있는 농어촌 마을을 사람이 살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어 현 주민들과 후손들이 정착하고, 도시민들이 돌아오는 마을로 만드는 것"
전라남도가 2005년도부터 추진하고 있는 행복마을에 대한 정의다. 이를 위해 추진하는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한옥으로 주택을 개량하고 관련 시설을 정비한다, 주민소득증대를 위해 마을의 특화작물을 재배한다.
행복마을 얘기는 1년 전쯤 언뜻 들은 적이 있었다. 당시 직장을 그만두고 목수로 나섰던 한 지인이 그 한옥집을 짓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잊혀졌던 이 행복마을을 1박2일로 직접 찾아볼 기회가 있었다. 그 덕에 다시 한번 행복마을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이 마흔에 1억원을 모으면 시골로 가 내 손으로 집짓고 살 거다'
20대 때 지인들을 만나면 종종 했던 내 삶의 계획이었다. 그 후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었지만, 여전히 도시인이다. 비록 허언이 되고 말았지만, 지금도 틈틈이 관련 얘기들은 귀담아 듣곤 한다. 행복마을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행복마을이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보조금 때문이다. 행복마을에 한옥을 짓고 살면 최대 4천만원까지 지원해 준다. 그와 별도로 3천만원을 융자해 주는데 조건은 3년 거치에 연리 2%로 7년 상환이다. 한옥 25평을 짓는데는 1억2천만원 정도 든다고 했다. 20세대 이상을 구성할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면 신규 마을을 만들 수도 있다. 이때도 3억원 정도를 공동기반시설을 짓는데 제공한다.
이런 지원금의 영향인지 전남도는 2010년 10월 현재 74개의 행복마을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62개 마을은 기존 마을에 한옥을 짓는 형태고, 12개는 새로운 마을이다. 이렇게 지어진 한옥은 총 1028동이란다. 전남도는 자료를 통해 행복마을 사업으로 전남도로 375명이 전입했다고 밝혔다.
그쯤에서 내 관심은 전남도에도 내가 살 곳이 있을까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그 지점에서 몇 가지 망설이게 된다.
내가 시골에 귀농하는 가장 큰 이유는 농사짓기가 아니다. 그저 놀기 위해서다. 시골에서 뭔가 수익을 낼 만한 경제활동을 할 생각이 없다. 수익활동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농사가 아닌 다른 무엇으로 이뤄갈 생각이다. 이런 전제에서 보면 망설임이 커진다.
무엇보다 예정하는 수익활동은 대도시를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대도시에 인접한 지역이어야 한다. 서울을 기점으로 그 남쪽의 마지노선을 전주로 잡았다. 버스로 3시간 정도의 거리라면 서울을 오가는데 그리 큰 불편이 없을 듯 싶었다. 그러나 전남은 서울에서 그보다 먼 남쪽이다.
또다른 변수는 행복마을에서는 마을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행복마을은 대체로 마을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젊은 사람이 지원금을 받아 들어와서 마을 일에 소홀할 수는 없을 듯 싶다. 이런 고민이야 사람사는 곳이면 어디든 가질 수밖에 없긴 하다. 사람이 사람을 떠나 살 수는 없고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어떤 관계든 맺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직까지 고집스럽게 갖고 있는 생각은 '자동차 없이 살기'다. 그러나 어떤 시골을 떠올려도 자동차가 없이는 생활 설계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최근엔 그 대안으로 전용택시를 두는 방식도 생각해 본 적이 있긴 하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대안을 찾기엔 쉽지 않다.
행복마을을 직접 방문하며 저 밑바닥에서 침전돼 있던 이런 고민들을 다시 한번 수면위로 떠올리는 성과를 얻었다. 계획은 급하게 갈 이유도 없고, 마냥 생각으로만 갖고 놀 것도 못 된다. 기회가 닿으면 그만큼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둘러보는 게 좋다. 삶은 귀농한 이후에 펼쳐지는 게 아니라, 귀농의 과정 모두가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 (20101024)
<사진설명>
위 사진 : 담양군에 조성된 행복마을인 무월마을. 기존마을에 한옥 개령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아래 사진 : 함평군에서 국화 옮겨심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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