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가을 어느날
대학로에 있는 동성고등학교에서는 평화 만들기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몇몇 팀이 교대로 공연하는 이날,
윤도현밴드가 무대에 오를 차례였습니다.
그 즈음
무대 앞쪽에는 영상이 비쳤습니다.
세계 최장기 양심수였던 김선명 할아버지가 주인공이었습니다.
45년간을 양심수란 이름으로 감옥에서 지내고는
96년 8월 사면된 김선명 할아버지.
병상에 누운 아흔살의 노모가
일흔 살의 아들을 알아보고는 얼굴을 쓰다듬었습니다.
공연장에는 윤도현밴드가 연주하는 ‘가을 우체국 앞에서’ 반주가
흘렀습니다.
그쯤에서 윤도현의 노래가 흘러 나왔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노래는 나오지 않고 반주만 홀로 흘렀습니다.
영상을 보고 있던 윤도현은 울고 있었습니다.
라디오에선 ‘두시의 데이트’로,
텔레비전에선 ‘윤도현의 러브레터’로
지난 월드컵 때는 ‘오! 필승 코리아’로 익숙한 윤도현밴드…
그러나 그들은 또한
녹색연합의 홍보대사로, 아름다운재단의 1% 기증인으로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에 단골 출연자이기도 합니다.
윤도현밴드는 말합니다.
“음악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는 있다”
윤도현 밴드는 말합니다.
“아직도 국가보안법이 힘을 발휘하고 있는 시대인가?”
경쾌하고 즐거운 저항의식을 깨우쳐주는
그런 이들이 이 땅에 함께 산다는 것이
내 삶엔
작지 않은 즐거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