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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자전거의 짝사랑

향수100리, 필요한 것 절실한 것 요긴한 것


지구자전거의 짝사랑 - 첫번째 프로포즈


옥천군 향수자전거길은 '1박2일' 프로그램에 방송되고 난 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지난 4월부터는  매월 1회 에코레일 자전거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기차에 자전거를 싣고 와 향수길을 달린 후 다시 기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는 열차다. 그만큼 대중화의 기본은 마련돼 있다.  

이처럼 자전거길이 새로 열리고, 자전거의 이동성을 높이기 위해 대중교통이 연계되는 일은 자객의 한 사람으로서 무척 반가운 일이다. 그럼에도 향수100리길을 달려본 느낌으로는 초보자들을 위한 배려가 좀더 필요한 부분들이 보였다. 대중화의 길이 열린 후, 그 부분을 채울 작지만 중요한 몇 가지, 필요한 놈 절실한 놈 요긴한 놈이 보였다.   

( 맨 위 지도에서  왼쪽의 노란선이 37번 도로다. 이 도로의 중간쯤에서 37번 도로를 타, 지도 위쪽과 오른쪽까지 큰 원을 그리는 노란선(575번)과 오른쪽 아래부분에서 노란선을 빠져나와 강으로 붙은 작은 길, 아래쪽 501번 도로 등이 연결되면  향수100리길이 완성된다. 가운데 뱀처럼 휜 물줄기가 금강이다.)

필요한 것은 각 코스별 안내판이다. 이번 여행에서 향수100리길에서 안내 표시는 단 두 차례 보았다. 37번 도로에서 575번 도로로 빠지던 길, 아스팔트 위에 스프레이로 써 있던  글씨였다. 안내글로는 조악했지만 반갑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그곳 말고도 자객들이 헷갈릴 수 있는 길은 많았다. 초행인 자객들이 달리다보면 갈림목마다 서성거리지 않을 수 없다. 

자전거길 이정표는 편리함도 주지만, 자전거 여행의 쾌감을 유지해 주기도 한다. 내리막을 질주하면서 만나는 갈림길마다 자전거에서 내려 지도를 펼쳐야 할 때,  자객들은 한창 오른 흥을 잃어버린다. 약간의 과장을 섞자면 치명적 좌절이다.  이 흥을 유지해주자면 크고 작은 갈림길마다 이정표를 만들어 놓는 수고가 필요하다. 

절실한 것은 안전확보 방안이다. 향수100리길은 일반 도로에 비하면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는 곳은 아니다. 특히  금강을 따라 이어지는 비포장 도로부터 동이초교우산분교가 있는 마을 직전까지 12킬로미터의 길은 안전성 A급을 줄 만하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아니지만, 일반 도로에서 그만큼 안정성을 확보하기 힘든 현실을 고려하면 전혀 아깝지 않은 점수다.

그러나 도로에서 발생한 한 번의 자전거 사고는 마지막 사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99%가 안전해도 나머지 1%의 위험성을 노출하고 있다면 이는 99%의 현실로 증폭될 수 있다. 향수100리길에도 그런 위험성은 드문드문 노출돼 있다.
자객들의 안전확보를 위한 최선의 조치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드는 일이다. 그러나 이 일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예산이 과다하게 든다.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 따라서 중기계획으로 돌려야 할 일이다.

그나마 우선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자전거 표지판을 세우는 일일 듯 싶다. 교통안전표지판 중에서는 자전거가 많이 다니는 도로임을 알리는 '자전거표지'(왼쪽 사진)판이 있다. 그 효과를 따지기 전에 이 표지판을 곳곳에 설치하는 수고는 필요할 듯 싶다. 특히 갓길이 없는 도로, 굽은 길, 내리막길 등에는 표지판이 절실하다. 

요긴한 것은 자전거길 지도다. 옥천군청 홈페이지에는 향수자전거길 안내가 있다. 홈페이지 오른쪽 위쪽에 보면 '옥천향수자전거길'이라는 글씨가 보인다. 그 곳을 클릭하면 옥천향수 자전거길을 안내하는 게시판이 나타난다. 각 코스별 여정이 정리된 한글 파일, 향수 100리길 안내지도, 향수200리길 안내지도가 올라와 있지만, 실용성이 떨어진다.   

홈페이지에 있는 지도는 해상도가 낮아 실제 자객들에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글 파일 또한 옥천군의 지리를 알고 있는 옥천군민에게나 유용하지, 타지인들에겐 큰 의미가 없다. 따라서 향수 자전거길을 안내할 수 있는 지도가 있다면 좋을 듯싶다.

자전거 여행을 떠나면 아름답지 않은 땅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동시에 자전거가 안전한 도로는 단 한 곳도 없다는 것도 자주 느낀다.  삶이 그렇듯 자전거 여행에도 위험과 쾌락은 동시에 존재한다. 이 공존에서 위험을 줄이고 쾌락을 높이는 일은 늘 선험자들의 몫이자 의무였다. 인류는 그런 노력으로 진보해 왔다.  

  
이번 자객질 또한 몇 만명 혹은 몇 십만명의 선험자들의 의무에 진 빚이 적지 않다. 특히 향수 100리길을 개발한 옥천금강MTB연합회엔 고마움이 크다. 쾌히 자전거에 바람을 넣어준 옥천읍의 자전거 가게(삼천리자전거) 직원 또한 마음에 빚을 졌다. 그런 선험자들처럼 오늘 다시 향수자전거길을 나서는 누군가의 안전을 위해  잔소리를 몇 마디 적었다.(20101128) 

 

* '지구자전거의 짝사랑 -포르포즈'는 세상의 모든 길에서 자전거와 사람, 자동차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자객(자전거 여행객) 개인 개인이, 달리며 즐기며 끌며 자전거와 놀다가 떠오른 공존 세상을 위한 생각을 공유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