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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랑 놀랑

욕심이 컸다

 


욕심이 컸다. 강서인문학커뮤니티(이하 커뮤니티)에서 총 네 번의 글쓰기 강의가 끝나고 든 생각이었다. 커뮤니티 글쓰기 강의를 맡았을 때, 강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글쓰기 강의는 감동이나 지식을 주는 강의가 아니라 몸으로 체득하는 과정인 만큼, 네 번의 강의는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시간을 쪼개어 쓸 것인가! 이 답을 찾기 위해 커뮤니티 실무자와 두어 번 통화를 하며 어떤 이들이 강의를 듣는지, 커뮤니티에서 원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등을 확인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짠 계획에 따라 총 네 번의 강의를 진행했다. 그런데도 얻은 결론은 ‘욕심이 컸다’였다. 수강생들의 열정에 보답하지 못한 과욕이었고, 내 게으름을 간과한 과욕이었다.  

그동안 글쓰기 강의를 몇 군데서 진행했지만, 커뮤니티에는 독특한 무엇이 있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저소득층을 위한 프로그램은 주로 복지 정책이 전부일 줄 알고 있었다. 각자의 처지에 따른 복지수당을 지급하거나, 공공시설 이용료를 할인하는 정도를 생각했다. 그런데 커뮤니티는 그런 복지가 아니라 인문학을 내세웠다. 인문학은 몸을 살찌우는 일이 아니라 의식을 키우는 방법이다.


더욱이 놀라운 일은 이 커뮤니티 강좌가 인가가 높았다는 점이었다. 무엇보다 수업에 적지 않은 분들이 참여했다. 첫 날 수업 때 만난 수강생 10여 명은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었다, 저녁반 강좌까지 더하면 얼추 30명은 됐다. 더욱이 장애인 이동권이 잘 돼 있다고 볼 수 없는 우리 사회에서 훨체어 등을 끌고 온 장애인들이 적지 않았다. 수강생들은 참여율뿐만 아니라 강의 자체에 대한 열정도 높았다. 과제를 제출하는 비율도 여느 글쓰기 강좌에 뒤지지 않았다.  


이런 참여율과 열정이 좀더 특별한 것임은 두번 째 강의를 진행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수강생 가운데는 글쓰기를 처음 해 보는 분들도 있었고, 컴퓨터를 다룰 줄 몰라 컴퓨터 배우는 일과 동시에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분들도 있었다. 집에 컴퓨터가 없어 컴퓨터 학습이 쉽지 않음에도, 결코 수업에 빠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수강생들의 열정에 비하면 프로그램엔 아쉬움이 있었다. 초반에 수강생들이 원하는 글쓰기 수업에 대한 의견을 구했음에도, 정작 네 번째 강의가 끝나고 나니 수강생들이 원했던 무엇을 조금 더 줄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 마음에 강좌가 끝난 후에도 후속작업을 해보자고 약속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았다. 이번엔 행동이 게을렀다. 평생 처음 글을 쓴다는 한 수강생에겐 두어 번 정도 가다듬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지만, 정작 강좌가 끝난 후에는 연락도 변변히 하지 못했다.


첫 인상이 중요하듯 첫 경험은 중요하다. 어떤 새로운 일을 접한 이가 그 경험에 대해 입장을 정리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커뮤니티가 글쓰기 수업의 첫 경험이었던 이들에게는 좀더 세밀한 수업을 진행하지 못해 아쉽다. 그 열정들에 일일이 답하지 못해 미안하다.


그럼에도 글쓰기를 생활화하시라는 당부는 드리고 싶다. 글은 몸으로 익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둬 버리면 금세 잊어버리고 만다. 글쓰기의 최고의 스승은 습관적으로 쓰는 일이다. 커뮤니티 수강생들이 이제 그런 스승을 만났으면 싶다. 네 번의 강의 동안 나만 즐거웠던 것 같아 미안해서 드리는 당부다.(2010 1230)

* 이 글은 강서인문학커뮤니티에서 2010년 12월 말에 발행한 작품집에 게재했던 내용이다. 사진은 이 글에서 얘기하는 강좌와 직접 관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