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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온날

봉하마을서 끝 낸 라디오 인터뷰



12월 31일 오후 5시 48분, 라디오 인터뷰가 끝났다. 2주가 모자란 1년 동안 해오던 일의 마감이었다. 31일 인터뷰가 마지막이라는 얘기는 방송이 있기 4시간 전쯤에 들었다. 담당 작가는 방송 시간이 언제인지를 전화로 확인해 주고는 오늘이 마지막 방송이라는 얘기를 끝에 곁들었다. 내년도 프로그램 개편이 이유였다.
  
마지막 방송 역시 인터뷰할 만한 마땅한 장소를 찾기 위해 고심했다. 그 무렵엔 봉하마을에 있었다. 방송 예정시간은 5시 40분. 그 전에 봉하마을 떠나기엔 애매한 시간이었다. 결국 봉하마을에서 방송을 할 생각을 하고는 조용한 곳을 찾아나섰다. 아울러 점심을 거른 탓에 식사도 해야 했다.

결국 인터뷰는 식사를 한 식당에서 했다. 식당 거실 한 켠에 방이 있었다. 그 방은 손님이 없어 비었다. 미리 주인에게 양해를 얻어 그곳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늘 방송은 목포의 한 장애인 시설 생활교사가 지적장애인을 폭행한 사건을 전했다. 이른바 성범죄자들의 '화학적 거세'를 다룬 법의 인권침해 가능성과 그 예방책도  다뤘다.  

방송을 준비하며 혹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소감을 묻는 질문을 힐까 나름 아주 짧은 답변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마지막 라디오 방송은 기본 원고도 두어 꼭지 못한 채 서둘러 끝났다. 한해의 마지막 날 방송이니 특집 등이 많이 계획돼 있을 법 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오늘 인터뷰를 진행한 것만도 다행이었다. 

라디오 방송은  애초 업무상 시작한 일로,  한 주간의 인권소식을 전하는 코너였다.  방송사에 매주 7분여 정도의 시간을 내 인권에 관한 소식을 전해준다는 것은, 인권위 대중화 면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 그만큼 그동안 귀한 시간을 내 준 방송사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에 방송 인터뷰 프로그램이 끝나지 않았어도 나로선 방송을 그만 둬야 할 상황이다. 
2011년 1월에 서울로 인사발령이 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자면 인터뷰는 자연스레 후임자에게 이월해 줘야 할 일이었다. 그동안 함께 하던 담당 작가도 지난 12월 초에 다른 곳으로 떠났다. 

이 무렵 광주의 한 라디오 방송으로 맺었던 인연들은 서로 헤어지는 시기였는가 보다. 프로그램이 바뀌고, 담당 작가가 떠나고, 담당 인터뷰이가 떠나려 하는 시기다.(2011 0102)


<관련기사>
 2010/03/20 - [생각이 밥먹다] - 내 일의 10%, 라디오 인터뷰이-일이놀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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