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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온날

9년 전, 어느 사장의 성탄 이브



사장의 성탄 이브


생태학교 모임에서 진희형이 들러준 ‘이보다 더 처절할 순 없다 2001년 최종판’

의류개인사업을 하는 진희형은 올 가을께 장사가 예년보다 잘돼 무척이나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런데 소규모 사업은 장사가 잘 되도 걱정이란다. 물건을 먼저 납품하고 돈을 나중에 받으니, 당장 물건을 재생산하려면 돈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투자할 돈이 없어 이른바 ‘자본이 딸리게 된 것’이다. 그전처럼 적게 만들어 적게 팔았다면 그런 대로 자금을 댈 수 있었을 텐데.


성탄 이브날 저녁. 그래도 성탄이니 형수에게 무엇을 선물하리라 마음먹고 주머니와 지갑을 탈탈 털어 단돈 2천 얼마를 챙겨들고 교보문고로 갔다. 주차장에 차를 대 놓고 - 주차비야 물건을 구입하고 영수증을 보이면 해결된다는 셈속도 이미 마친 터였다. - 교보문고에 들러 성탄카드를 사려고 둘러보았다.

어차피 현금계산은 어려울 것 같고 신용카드 결제를 해야했는데, 그렇다고 성탄 카드 한두 장 사면서 신용카드 내밀기도 뭣한 남진희. 그래서 평상시엔 손도 안 갔을 비싼 성탄카드를 한 열 장 정도 구입했다. 나름대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하며 계산대로 가서 성탄카드 값을 계산하는데… 신용카드가 지불중지였다. 어쩔 수 없이 성탄 카드를 제자리에 두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주차장에 둔 차였다. 물건을 구입하지 못했으니 영수증이 있을 리는 없고, 생각나는 대로 주차장으로 갔으나 이미 2천 얼마로는 해결되지 않은 주차료가 나와 있었다.

차안에 앉아 고민고민 하던 진희형, 주차장 관리 아저씨에게 사정을 말했더니 그냥 보내주더란다. (200111**)

예전 자료를 뒤적이다가 <세풀>2001년 12월호에서 '사장의 성탄 이브'라는 글을 발견했다. 문득 진희형이 보고 싶어서 글을 옮긴다. 그러고 보면 올 한해도 얼굴 한번 못보고 지난 이들이 참 많다. 언제라도 불현듯 만나도 반가울 이들인데.(20101219)



<사진설명>
2005년 10월 자리산 여행을 마치고 마천면 삼정마을 길가에서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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