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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내 사람네

무등산, 3시간 타고 4시간 술 마시다




아침부터 눈이 내렸다. 집을 나설 땐 한 두 송이 내리던 눈이 버스를 타고 증심사로 가는 길엔 하염없이 쏟아졌다. 도로엔 곧바로 눈이 쌓였다.  버스도 승용차도 속도가 늦어졌다. 증심사에서 내려 무등산 자락을 오를 때까지도 눈이 내렸다. 그래도 포근했다.
1월 29일. 광주를 떠나기 전에 무등산을 가 볼 생각에 광주에 사는 지인과 약속하고는 오전 10시에 증심사 입구에서 만났다. 나흘 동안 술을 마셨기 때문에 쉬운 코스로 가자고 했다.

지인은 바람재코스로 길을 잡다가 너덜겅약수터로 오른 후
토끼등을 거쳐 중머리재까지 갔다.
무등산 등산길은 그 코스가 무척 다양한데, 지인은 수월한 길을 잡았다. 특히 토끼등에서 중머리대로 가는 길은 산을 오른다기보다는 그저 산보하듯 걷는 기분이었다.

중머리재엔 백 여명 되는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게
중에는 휴식을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서는 이들도 있었다.
쉬는 이를 사이에 두고 나서는 이, 도착한 이들이 수시로 바뀌었다. 10여 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이제 하산하는 길을 택했다. 지인은 새인봉을 거쳐 가자고 했다. 길도 방향도 알지 못하는 나는 지인이 이끄는 대
로 따라갔다.

이젠 내리막이니 아이젠을 신발에 맸다. 하산길은 날다시피 하고 내려왔다. 길엔 눈이 쌓였는데, 아이젠을 신으니 오히려 더 가뿐했다. 경사길은 그냥 걷는 것보다 성큼성큼 달리듯 내려오는 게 더 수월했다. 오후 1시 무렵에 출발했던 증심사 입구 버스종점에 도착했다. 산에
오른 지 3시간이 조금 못돼 하산했다.  

광주를 떠난다고 며칠간 술을 마셨는데 다행히 몸은 등산하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더욱이 눈까지 내려 무등산 첫 등산으로는 깔끔한 산행이었다. 

지인과 함께 버스종점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보리밥과 파전을 시키고는 막걸리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처음 두 병을 시켰던 막걸리는 어느새 10병까지 쌓였다. 급기야 14병이 쌓인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시간은 5시가 넘었다. 등산한 시간보다 술 마신 시간이 더 길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는 그만 잡에 취해 내릴 곳을 한참 지난 후에야 내렸다. 덕분에 택시비
가 1만원이 들었다.

직장에 함께 근무하다 그만두고 광주로 내려온 지인과 모처럼 제대로 술을 마신 하루였다.무등산 그 산 아래서 참 좋은 하루를 보냈다.(2011 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