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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내 사람네

누군가에겐 없는 12월 31일



2010년 12월 31일. 광주송정역에서 무궁화호를 탔다. 목적지는 경남 진영역.  오전 10시 10분에 출발한 기차는 오후 4시 무렵에 진영역에 닿았다. 그곳에서 택시로 채 10분이 걸리지 않아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지난해 7월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 발길이다.  

그새 대통령의 묘지 주변은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묘지 뒤에 세운 곡장이 붉게 녹슬었다. 곡장의 재질은 오래될수록 점점 붉은 색으로 변해가는 내후성 강판이란다. 묘지 주변에 세워진 철줄과 주변에 서 있는  두 명의 경비원도 이번에 처음 봤다. 지난번 묘지 훼손 사건 이후 보강된 듯하다. 

1만5천명의 염원을 담았다는 박석 또한 7월엔 없던 풍경이다. 성금을 모아 박석을 만들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모금 얘기를 미리 듣지 못한 것을 무척 아쉬워 했었다. 

헌화대에 국화 한 송이 올려두고는 잠시 추모했다. 주변을 둘러본 후 묘역을 나왔다.

묘역 주변엔 기념관도 문을 열었다. 기념관 입구 오른쪽엔 대통령의 모습이 커다랗게 그려진 현수막이 펼쳐져 있다. 그저 좋다. 저녁 햇살이 현수막뒤에서 비춘다. 
기념관 입구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시대는 단 한번도 나를 비켜가지 않았다"

대통령의 모습은 기념관 안에도 있다. 가까이 가 보니 서거 이후 추모객들이 남겼던 노란 리본들로 얼굴을 모형화했다. 기념관 가운데 단에는 촛불들이 밝혀졌다. 방문하는 이들이 켜 놓았다. 기념관 한쪽 벽엔 대통령의 삶이 파노라마로 펼쳐쳐 있다. 

묘지와 추모관을 둘러보는 시간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한 해의 마지막 날, 날씨까지 쌀쌀해 방문객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해가 질 때까지 삼삼오오로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무엇을 새롭게 깊게 깨달은 것은 없다. 그저 한 사람이, 특별했던 한 사람이, 대통령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특별했을 그 한 사람이 살았던 곳, 떠났던 곳, 떠나 잠든 곳에 서고 싶었다. 그것이면 됐다.    

2010년 12월 31일은 대통령의 삶에는 없다.  벌써 두 해 째 없는 한 해의 끝날이다. 그러나 어떤 이의 12월 31일엔 그가 있다. 무엇이 삶이어야 하는지 가끔식 생각하게 만드는 그 사람은 여전히 살아 있다.(2010 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