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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내 사람네

존재가 부활하는 법, 자리를 찾다




시골 마을 돌담 위에 홍시 두 개가 나란히 앉아 있다. 감나무에서 떨어질 때 제 스스로 자리를 골라 이 담위에 올라앉지를 않았을 터였다. 누군가 길가에 떨어진 감을 주워 이처럼 돌 담위에 올려놓고 보니, 비록 상처입은 감이나마 제 모습을 오래 갖추게 되었다. 더욱이 지나는 길손의 눈길까지 유혹할 줄도 알게 되었다. 

그 유혹에 발길까지 멈춘 나그네는 사진찍는 볼 일을 보고도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다. 가을 햇살에 시나브로 말라 갈 감들이 애처로워 보였다. 이 감상은 이유도 없고 원인도 모른 채였다.  그저  떨어져 이제는 의미를 잃었을 감에게 새로운 존재감을 부여한 어느 손길의 마음에 슬며시 웃음 한 번 지으면 넘치지 않았을 감정의 과잉이었다. (20101226) 


<사진설명>
지난 10월 담양에 있는 무월마을의 골목길을 걷다가 이 녀석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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