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은 바람재코스로 길을 잡다가 너덜겅약수터로 오른 후
무등산 등산길은 그 코스가 무척 다양한데, 지인은 수월한 길을 잡았다. 특히 토끼등에서 중머리대로 가는 길은 산을 오른다기보다는 그저 산보하듯 걷는 기분이었다.
중머리재엔 백 여명 되는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게
쉬는 이를 사이에 두고 나서는 이, 도착한 이들이 수시로 바뀌었다. 10여 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이제 하산하는 길을 택했다. 지인은 새인봉을 거쳐 가자고 했다. 길도 방향도 알지 못하는 나는 지인이 이끄는 대
이젠 내리막이니 아이젠을 신발에 맸다. 하산길은 날다시피 하고 내려왔다. 길엔 눈이 쌓였는데, 아이젠을 신으니 오히려 더 가뿐했다. 경사길은 그냥 걷는 것보다 성큼성큼 달리듯 내려오는 게 더 수월했다. 오후 1시 무렵에 출발했던 증심사 입구 버스종점에 도착했다. 산에
광주를 떠난다고 며칠간 술을 마셨는데 다행히 몸은 등산하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더욱이 눈까지 내려 무등산 첫 등산으로는 깔끔한 산행이었다.
지인과 함께 버스종점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보리밥과 파전을 시키고는 막걸리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처음 두 병을 시켰던 막걸리는 어느새 10병까지 쌓였다. 급기야 14병이 쌓인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시간은 5시가 넘었다. 등산한 시간보다 술 마신 시간이 더 길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는 그만 잡에 취해 내릴 곳을 한참 지난 후에야 내렸다. 덕분에 택시비
직장에 함께 근무하다 그만두고 광주로 내려온 지인과 모처럼 제대로 술을 마신 하루였다.무등산 그 산 아래서 참 좋은 하루를 보냈다.(2011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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