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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온날

축복 받을 이유 -한줄통신7



선생님 저는요 살아있는 것은 다 축복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북한도 이념 떠나서 그냥 도와줘야 해요. 서울 포근하게 가셔요 감사 드림  

토요일 밤 11시 46분. 문자메세지를 받은 핸드폰은 고속버스안에서 진동했다. 서울행 버스를 탄 지 6분이 지난 터였다. 문자메세지를 보낸 이는  20여 분 전 쯤에  광주 운암시장에서 술을 마셨던 일행 가운데 한 명이었다. 

3월 19일, 앙평에서 사무실 워크숍을  끝내고는 지하철을 타고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갔다. 오후 5시에 광주에서 약속이 있었다. 지난 2월 서울로 이사하면서 미처 인사를 갖지 못했던 오마이스쿨 수강생들과의 만남이었다. 수강생  한 분이 연락을 취해  토요일 오후에 보게 됐다. 

모임은 예전에 두어 번 만난 적이 있던 '가보세'에서 열렸다. 5시가 못 미쳐 한 분이 오고 이어서 한두 사람씩 더 모여 일곱 명이 되었다. 막걸리를 마시며  9시가 못 돼 1차 술자리를 마쳤다. 남은  다섯 명이서 다시 운암시장쪽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그곳에서 다시 2차로 막걸리를 마셨다.

10시 30분쯤  2차를 마친 후 서울로 가겠다는 나를 한 사람이 만류했다. "지금 가 보았자 버스표가 없다"는 거였다. 한 분은 가고 남은 네 명이서 다시 3차를 갔다. 김치찌개와 콩나물국밥을 안주로 주문하고는 다시 막걸리를 마셨다. 11시 30분쯤  술자리를 마쳤다. 택시를 타고 고속버스터미널로 와서 11시 40분 서울행 버스표를 끊었다. 심야우등이다. 

문자메세지는 3차를 가자고 했던 분이 보낸 거였다. 잊어도 좋고 기억하지 않아도 그리 서운할 것 없는 술자리 수다였는데 '포근함'이란 단어는 어디서 건져낸 건 지 알 수가 없다. '살아있는  것'이며 '북한' 또한 술자리에선 오르지 않았던 단어들이다. 그럼에도 메세지로 온 단어들보다 더 많은 마음이 읽힌다. 서울에서 출발해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16시간의 여행 마침표는 그 문자메세지가 찍었다. (2011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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