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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온날

1천원의 행복, 상추



토요일 저녁 망원시장에 장을 보러갔다 오는 길에 꽃가게 앞에서 기웃거렸다. 
지난 2월 이사 때, 그동안 키우던 화초들이 하룻밤 밖에 두었더니 대부분 얼어죽었다. 겨우 2~3개 건진 화분들이 큰방에 점처럼 놓였다. 가게 앞 인도에 놓인 화초들가운데 잘 시들지 않은 작은 화초 두 개를 골랐다. 그 무렵 꽃가게 주인이 문을 열고 알은 체를 하며  나왔다. 

"이것들은 얼마에요?"
"이천원씩이요."
골라놓은 두 개는 사천원이다. 다른 화초들은 썩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이만 갈까 하다가 앞쪽에 놓인 상추 모종을 보았다. 
"상추는 얼마에요?"

먹고 싶으면 사다먹지 싶다가 집에 남는 화분도 있으니 가격이 비싸지 않으면 구입해 볼계산이었다.   
"한 개에 이백원이요."
"다섯 개 주세요."
1천원이다. 잠시 계산했다. 상추 1천원 어치는 얼마나 되던가!  집에 있는 화분을 이용해 물만 잘 주면 되니 아무래도 본전은 뽑을 수 있을 듯 싶다.  집에서 먹기 지겹다면 사무실에 가져가도 좋겠다. 


집에 돌아와 화분에 상추 모종을 옮겼다. 조금은 쫌쫌했지만, 상추만으로 방안을 채우긴 뭐해  한 개 화분에 모종 네 개를 심었다.  마지막 한 개는 작은 화분에 따로 싶었다. 마침 큰방 창문은 남서향이니 별도 잘 든다.


상추를 옮겨심은 지 4일째 되는 날, 드디어 첫 상추를 수확했다. 잘 자란 잎 네 장을 골라 가위로 자르고는 씻었다. 상추는 연했다. 이틀 후 다시 세 장을 수확했다. 화분이 작으니 돌아가면서 잎을 따 내면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듯하다.   


이번 상추기르기는 집에서 키워보는 먹을거리로는 첫번째다. 언제까지 이 상추를 잘 키울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1천원의 행복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2011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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