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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자전거의 짝사랑

바람을 응시하다





바람은 풀잎에 조각  조 각  조   각이 되었다. 
꽃에도 생채기를 입었다. 
강물에 그 상처들을 씻으면서도 몸서리쳤다. 

그럼에도 바람은
끝없이 강으로만 강으로만 달렸다.  
강가 풀숲과 
뭍의 이정표가 된 나무, 꽃들이 
아리고 쓰라리게 해도 그저 강으로만 질주했다.

그 날, 어떤 이는
오직 질주로만 존재를 증명하는 바람에 끼여  
바람을 응시하는 마음만으로 그 존재를 증명하려 했다. 
 
 

태풍 메아리의 끝자락을 빠져 나온 바람은 끝내 한강에 닿았다.

뉴스는 메아리의 북상을 알렸지만, 태풍이라고 체감하기엔 부족한 비만 내리던 서울의 일요일 오후. 기어이 한강으로 자전거를 타고 나섰다.  

그동안 가보지 않은 성산대교 북단 아래부터 한강 하류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가양대교를 지나니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겼다. 그래도 달리던 자전거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수십 미터가 물에 잠긴 곳도 있었고, 어른 발목까지도 삼켜버릴 만한 깊이 든 물도 있었다.  


그 물길 위를 조심스레 달렸다. 물이 튀지 않을 정도가 적정 속도였다.
바퀴에 갈라지는 물살은 싱그러웠다. 땅 위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족한데, 물 위를 달릴 틈을 얻은 것은 만족이다. 
언젠가는 내리는 비까지도 가르며 달릴 때가 올 것이다. 

하늘은 온통 구름으로 뒤덮였다. 구름들은 투정부리다 지쳐버린 꼴 마냥 풀이 죽었다.
그저 달리는 자전거의 발길을 저 먼 이국으로 안내하는 듯 보였다.  

그런 날에도 어김없이 사람들은 방화대교 아래 강가로 나왔다. 그들도 바람을 응시했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때론 더욱 깊이 끌린다. (2011 0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