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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온날

첫 골, 그러나 실수투성이


우리 편의 공격. 상대방 선수 네다섯 명이 길게 일자로 늘어서 수비를 하고 있었다. 오프사이드 유도로 공격을 막겠다는 전형적인 수비 방식. 오른쪽 공격을 맡았던 나는 공을 가진 우리 편의 공격수가 볼을 넘겨주길 기다리며 상대편 수비수들과 거의 나란히 서 있었다. 오프사이드 반칙을 하지 않으려면 우리 편 공격수가 공을 친 직후에 상대편 수비를 넘어야 한다.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좁혀들어 가던 어느 순간, 우리편 공격수가 공을 상대편 수비를 사이로 흘려 넣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수비수들을 넘어 골이 흐르는 공간으로 달렸다. 공을 잡았을 때는 상대편 수비들은 내 뒤에 있었고, 전방 5미터 앞에는 골키퍼만이 있었다. 잠시 공을 오른쪽으로 몰다가 왼쪽 골문을 공을 깔아 찼다. 그래도 골. 축구동호회에 가입해 처음 넣은 골이었다. 


3월 10일 축구동호회에 세 번째로 참여했다. 이날 경기는 동호회 회원들끼리 편을 나눠 찼다. 장소는 수색에 있는 철도구장으로 마사토가 적당히 깔린 맨땅이었다. 이날 경기는 2시 30경부터 시작해 25분 가량 뛰고 5분 쉬는 방식으로 오후 5시 40분까지 뛰었다. 뛴 시간이 세 시간이 넘었다. 


두 경기는 오른쪽 공격수, 두 경기는 미드필더, 마지막 두 경기는 왼쪽 수비수를 맡았다. 경기는 단지 골을 넣었다는 것 말고는 그리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었다. 패스는 자주 막혔고, 달리기도 한참 뒤처졌다. 수비를 볼 때는 달리기에서 밀려 상대방 공격수에게 자주 꿇렸다. 심지어 상대방의 진로를 막기 위해 발까지 거는, 엘로카드를 받아도 할 말이 없는 반칙도 나왔다. 


그에 반해 동호회 회원들은 실력들이 뛰어났다. 패스도 잘 맞고 나름 개인기도 뛰어났다. 무엇보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이 다수인데도 체력이 강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후보 선수 면하긴 힘들게 생겼다. 그저 경기에 끼어 주면 감지덕지하고 차는 수 밖에. 
 


경기를 마친 지 하루가 지난 지금.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온 몸이 삐그덕 거린다.(2012 0312)

<사진설명>
경기를 마친 축구장에 그림자가 길게 들어섰다. 바람이 불어 날씨가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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