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마음의 길을 따라 한 20여 일 걸어왔다.
처음 걸어본 길이었다. 그저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낯선 방식, 낯선 마음으로 사람을 만났다.
나에 대한 규정이 무너졌다.
사람에 대한 예의도 사그라졌다.
현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관계가 만든 에너지의 장이 현실을 잊게 했다.
그럼에도 너머에 현실이 있다는 걸 모르지 않기에,
다만 상처를 염려했을 뿐이다.
누구의, 또 누구의 상처들.
내게 언젠가는 흉터로 남을 것들은 관조했다.
마음을 따라 나섰을 때 시작된 발자국이었으므로, 관조가 정직한 태도였다.
이제 잠시 숨을 고른다.
누구들의 상처에 입장을 가져야 한다.
뻔뻔해지든가 고개 숙이든가 혹은 그 어떤 태도를 찾아야 한다.
20여 일간 마음의 길이
내 중심을 얼마나 이동시켰겠는가만 그래도 다시 살필 일이다.
변화가 없었더라도 그 중심은 온당했는지 살필 일이다.
오늘도
마음을 유혹하는 모든 이들과
유혹되고, 또한 유혹하는 내 마음에 경의를 표할 뿐이다.
삶은
흔들리지 않고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게 더욱 가치 있다.
존재는 흔들리면서 확인할 일이다.(20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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