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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

“언제 결혼할 거야?” “너, 언제 결혼할 거야?” 나이 서른이 넘어서면 녀남을 불문하고 심심찮게 듣는 얘기다. 딱히 누가 그런 질문을 즐겨 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먼저 결혼해 아이를 한둘 둔 친구들로부터도, 조금 얼굴을 익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부터도, 가족들로부터도 그런 질문은 어렵지 않게 듣는다. 듣는 대상은 나 혼자지만, 그 대상을 향하는 눈초리는 한둘이 아닌 것이다. 그처럼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많다보니 이제는 그게 오히려 다행이다 싶다. 오래된 질문일수록 습관처럼 넘길 수 있고, 또 그에 맞게 한두 마디 예비로 답변을 준비해두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한두 마디 농담으로 슬쩍 비켜나가는 재주도 갖게 됐다. 그런데 그런 면역성도 좀처럼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바로 명절 때 벌어지는 ‘온 가족 일치단결 프로젝트, 명.. 더보기
선물의 나날 1. 이야기는 지난해 연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연말 줌마네 4기 자유기고가반 종강파티가 열리던 날이었다. 지난 9월부터 16주간 진행된 강의는 12월 말 막을 내렸다. 마지막 강의가 있던 날 저녁 5시 무렵부터 줌마네 사무실에서 종강파티를 열었다. 그날 나는 5시에 퇴근해 곧장 줌마네 사무실로 갔다. 6시가 채 못 된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종강파티가 한껏 무르익어 있던 시간이었다. 뒤늦게 합류해 저녁을 시켜먹고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때 4기 아줌마들이 ‘선생님’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포장 된 상자와 꽃 한 송이를 건넸다. 선물 포장지가 무척 예뻐서 혹시 어디 쓸데없을까 싶어 조심조심 뜯다가 한 아줌마에게 “포장지는 팍팍 뜯어야 또 선물이 들어온대요”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두 .. 더보기
한 사람을 위한 프로젝트 2005년 새해, 첫 달에 만난 지인들2 진희형(1월 5일) 언제부터인가 미리 약속하고 만나는 게 쉽지 않게 되었다. 아니 약속을 하려고 서로 통화를 하다보면 그 날짜가 잡히지 않아 결국 약속도 하지 못하고 마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 날 불쑥 전화를 해서 약속을 잡는 경우가 오히려 쉽게 만나게 된다. 진희형을 그렇게 만났다. 금요일 저녁 퇴근시간이 지난 무렵에 진희형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냥 안부 전화였다. 그런데 몇 마디 묻다가 진희형이 종로에 있다고 해서 만나자고 했다. 진희형은 사업차 누군가를 만나고 있었다. 그래서 두어 시간 뒤에 연락하기로 했다. 밤 9시가 넘은 시간. 진희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종로1가 쪽으로 나오라고 했다. 약속 장소를 잘못 일러줘 5분 정도 헤맨 끝에 진희형을 만났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