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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언제 결혼할 거야?” “너, 언제 결혼할 거야?” 나이 서른이 넘어서면 녀남을 불문하고 심심찮게 듣는 얘기다. 딱히 누가 그런 질문을 즐겨 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먼저 결혼해 아이를 한둘 둔 친구들로부터도, 조금 얼굴을 익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부터도, 가족들로부터도 그런 질문은 어렵지 않게 듣는다. 듣는 대상은 나 혼자지만, 그 대상을 향하는 눈초리는 한둘이 아닌 것이다. 그처럼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많다보니 이제는 그게 오히려 다행이다 싶다. 오래된 질문일수록 습관처럼 넘길 수 있고, 또 그에 맞게 한두 마디 예비로 답변을 준비해두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한두 마디 농담으로 슬쩍 비켜나가는 재주도 갖게 됐다. 그런데 그런 면역성도 좀처럼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바로 명절 때 벌어지는 ‘온 가족 일치단결 프로젝트, 명.. 더보기
공존하면 깨지는 평화, 그 모순 2005년 새해, 첫 달에 만난 지인들1 모처럼 가족들이 모였다. 우연이었다. 이틀 전, 어머니와 통화하다가 1월 1일에 아버지에게 가자고 했다. 어머니는 별 말 없이 그러자고 했다. 아버지 생전엔 절대 화해하지 않을 듯싶었던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년도 되지 않아 화해의 마음을 비췄다. 49제 때는 가지 않겠다고 했던 분이 지난 9월에 치른 제사 때는 함께 나섰다. 아버지 생전엔 마음이 불편하셨을 거다. 그러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후 심리적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다보니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다. 불안한 요소가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한 후 생긴 마음의 여유는 그 불안했던 존재에 대한 보살핌의 여유까지 만들게 됐다. 아버지를 모신 납골당을 찾아가기로 한 것은 신년 핑계로 그냥 ‘놀러가는’ 기분으로 .. 더보기
가족, 그 다음 재산을 노린 아들의 칼에 찔린 어머니는 숨을 거두기 전, 살인의 증거물이 될 수 있는 아들의 손톱을 발견하고는 그 손톱을 삼켜버리고서야 숨을 놓습니다. 영화 ‘공공의 적’에서 표현된 모성애의 한 장면입니다. 최근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 열 명 가운데 네 명은 학대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노인들은 어들과 며느리, 딸들로부터 언어나 심리적인 학대를 받는다고 합니다. 자녀들은 노인들에게 무관심하거나 냉담하기도 하고 노인들의 의견에 불평하거나 화를 내는 등 정서적 학대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노인들은 그런 자식들을 좀처럼 신고하지 않습니다. 자식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까 싶기 때문입니다. 정으로 맺어진 한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족’은 최후의 안전지대입니다. 노인들은 가족의 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