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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선영이는 행복하다(상) - 글, 인터넷과 놀다① “선영아 사랑해” 새천년 첫 봄인 3월. 서울과 지방 등 거리에 나붙은 현수막에 쓰인 글자였다. 이 현수막에 관해 에 기사가 올랐다. 그 기사를 읽고는 반론을 썼다. 도식과 획일이 아닌 다름과 열림을 말하고 싶었다. 에 기사를 올린 날을 전후해 내 주변에서는 ‘선영이’를 둘러싸고 흥미로운 일들이 발생했다. 덕분에 본의 아니게 ‘글로 나눈 연애’에 빠졌다. 3월 말 ‘선영아 사랑해’란 문구를 본 후, 개인적으로 취재에 들어갔다. 월간 에서 다룰만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마음에서 스멀거리는 궁금함에 내민 취재였다. 그 과정에서 가 내건 반박 현수막을 보았다. “선영아, 사랑을 팔지 마라. 다신 너를 만나지 않겠다” 그제야 관련 기사가 에 실린 것을 알았다. 기사는 ‘선영아 사랑해’라는 .. 더보기
헤픈 낙서 실연에 아파하며 못 견뎌 하는 건 인간의 오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생명 있는 것들 그 무엇에게도 헤어짐은 지극히 일상이며 익숙한 일입니다. 한 사람만을 사랑하겠다고 다짐하는 것, 그 또한 당신의 욕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상에서 어찌 단 하나의 끈만이 온전하길 바라겠습니까! 사랑은 그쯤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다 무심코 떨어뜨린 신용카드 명세표처럼, 푸릇한 기운이 감돌아도 어느 저녁 바람 한 줄에 숨을 놓아버린 플라타너스 잎새처럼, 실연에도 그만큼의 익숙함으로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아프고 못 견딜 실연이 남아있다면 이 글은 단지 헤픈 낙서일 뿐입니다. (2002.7.) 더보기
아픈 가르침 채 한 뼘도 안 되던 키가 한 팔길이 만큼 자란 건 기쁨이겠으나, 제 몸 하나도 버티지 못해 푹푹 줄기를 꺾는 그 아픔까지도 당신이 키운 것인지, 그처럼 미련스레 살아도 되는지… 내가 당신에게 물을 주었고, 내가 당신을 볕드는 창가에 두었거늘, 어제의 내 사랑이 오늘 그처럼 아픔이 될 줄이야 하여 당신의 아픔이 내겐 속상한 일이거늘… 사랑도 그처럼 아픔이 될 줄이야… 지금 당신이 줄기를 꺾지 않았다면, 나 또한 깨닫지 못했을지니 내가 당신에게 준 사랑에 당신은 온몸을 꺾어 나를 일깨워 주었으니 내게 보여 준 그 아픔 또한 내게 주는 사랑인 줄 알겠습니다. 2 꺾인 당신의 줄기를 세우고, 마른 잎을 따 내고, 물을 깊게 적시고, 좀더 볕 가까이 두는, 이 모든 관심이 당신의 아픔으로부터 비롯되었으니 아픔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