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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2+33

헤픈 낙서

 

실연에 아파하며 못 견뎌 하는 건 인간의 오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생명 있는 것들 그 무엇에게도 헤어짐은 지극히 일상이며 익숙한 일입니다. 한 사람만을 사랑하겠다고 다짐하는 것, 그 또한 당신의 욕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상에서 어찌 단 하나의 끈만이 온전하길 바라겠습니까!


사랑은 그쯤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다 무심코 떨어뜨린 신용카드 명세표처럼, 푸릇한 기운이 감돌아도 어느 저녁 바람 한 줄에 숨을 놓아버린 플라타너스 잎새처럼, 실연에도 그만큼의 익숙함으로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아프고 못 견딜 실연이 남아있다면 이 글은 단지 헤픈 낙서일 뿐입니다. (20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