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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섭지코지, 기억이 증발하다 모든 게 달랐다. 기억은 어디에도 흔적이 없었다. 모든 게 낯설었다. 과거도 찾을 길이 없었다. 개발의 기운이 묘하게 스며든 땅. 씁쓸한 만족감이 스멀거리듯 아침 햇살에 드러나는 곳, 그곳에 서 있다는 게 못내 어색했다. 10년 만에 찾은 섭지코지는 그처럼 내 존재를 정의짓지 못하게 만들었다. 일요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성산포를 떠나 섭지코지에 닿았다. 큰 길을 따라 내쳐 달리니 마치 고급 아파트 같은 건물 여러 동이 나타났다. . 콘도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낮선 이름이다. 좌측 출입구를 지나쳐 직진하니 주차장이다. 주차장 근처에서 보니 저 너머로 확 트인 잔디밭 정원이 펼쳐졌다. 정원에는 사람들 10여 명이 휴식을 즐겼다. 꼬마들은 뛰놀고 어른들은 거닌다. 그 정원과 내가 있는 곳 사이엔 매표소가 .. 더보기
높새, 제주 뭍에서 기념사진을 찍다 높새와 제주에 갔다. 첫 제주 나들이였다. 사흘 동안 높새는 잘 달려주었다. 다른 어떤 자전거보다 듬직했다. 섭지코지에서 높새에게 기념사진을 찍어 주었다. 꽃만큼 예쁘다. 좋은 벗이다. (20101114) 더보기
존재를 보는 법 - 올레조각13 그때부터 성산일출봉은 기준이 되었다, 처음엔 그에게서 멀어지는 길손들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길손들은 그를 뒤어두었다가 오른편에 두기도 하며 걸었다. 잠깐씩 길손들이 그를 놓칠 때도 있지만 잊었다 싶을 때쯤 그는 어김없이 나타났다. 신삭봉에 올랐을 때, 그는 제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올레 2코스의 첫마을인 오조리에 들어설 때도 그는 잠시 모습을 감췄다. 돌담을 지나 마을을 벗어날 즈음 그는 다시 길손의 왼편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시선을 무엇에 먼저 두든 그 앞에서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마을길과 밭을 가르는 돌담, 돌담너머로 붉은 빛을 띠는 흙밭, 밭 돌담 너머 자란 나무 몇 그루, 일출봉 위로 펼쳐진 하늘까지, 시선은 이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그, 성산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