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아침 6시를 거두어 마포를 떠난다. 이틀 밤낮을 또닥거려 여섯 쪽 짜리 기사를 떨구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아침, 무엇을 비웠기에 가슴 한 조각보다도 가벼운 몸만 끌고 가나!
함부로 나서지 않던 단어, 한 줄도 더 내닫지 않으려던 자판기를 달래고 어르다 맘 끝이 타든다. 헛돌던 생각이 그때쯤에야 다급해져 아쉬운 대로 손가락을 위로한다.
타다닥 타닥 탁 타닥
아! 이렇게 한 잡념도 주검을 토해 놓거늘, 보일 것 없으면서도 벗을 것들은 있는 것이거늘.
미처 버스에 태우지 못했던 어제 밤과 그저께 아침.
얼마나 더 감추겠다고 마포에 붙잡아 두었나. 그 이틀밤낮에도 버스는 마포를 지나쳤을 텐데. 마포는 어제 아침 6시를 아니 그제 밤 10시도 태워 보냈을 수 있었을 텐데.
바람 없는 대숲에서 연을 올리려다 허무하게 실패를 놓고 몸을 털어 버린 아침 6시, 어쩌면 버스에 여섯 쪽 짜리 기사마저 태우고 왔어야 하지 않을까(1999.2.)
2009/12/20 - [출판기획/서른의 생태계30+31] - 이 서른을 건너 온 지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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