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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0+31

‘예식 축의금’과 결별하다

 

 

결혼, 대부분 한두 번은 하게 마련이다. 그 과정에 축의금은 기본이다. 청첩장을 받은 이들은 봉투를 준비한다. 축의금의 긍정성은 있다. 일종의 ‘계’다. 많은 돈이 드는 예식을 그렇게 십시일반해서 치러 낸다는 점은 서민들에겐 의미있는 풍습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축의금은 결혼을 축하해 줄 더 많을 이들의 발길을 되돌리게 한다. 대부분 이들이 진정 ‘축하’라는 의미보다는 ‘관계’에 밀려 예식장을 간다. 그 관계에 맞는 봉투를 준비한다. 이럴 땐 돈 없는 게 죄다.


나부터도 그렇다. 굳이 축의금이 아니라도 다른 방식으로 축하해 줄 수 있다 싶은데,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가지 않는다. 내 또래의 어떤 이가 그랬다. 결혼식은 몇몇 이들만 초청한 후, 결혼 소식은 소식지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겠다고. 결혼식이 당사자들의 의지와 달리 체면치레로 흐르지만, 이 친구의 경우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 그처럼 치러진다면 입소문이라도 내고 다녀야 한다. 


생활선언 첫 번째는 ‘결혼 축의금’을 내 생활에서 마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축의금과의 결별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축하마저도 자본으로만이 가능해지는 세태가 싫기 때문이다. 이런 일 때문에 진정 가고 싶은 결혼식에 한 명이라도 가지 못한다면 그것 또한 얼마나 슬픈 일이겠는가.   


이제는 소모적 예식을 하지 말자는 뜻도 있다. 20여분, 입장하고 서약하고 주례사하고…. 돈은 돈대로 들면서 하객은 물론 주인공마저 소외되는 예식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남들에게 축의금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나 역시 그런 것이 필요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는 5월 말 전 캠라 동료 기자가 결혼식을 한다. 이 결혼식 때 아마 낼 것 같은데, 이 축의금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혹여 이 다음에 누군가 결혼식을 한다면 청첩장에 ‘축의금 절대 사절’이란 용기 있는 문구를 담았으면 좋겠다. (19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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