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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0+31

<작은이야기> 취직은 베팅이다

 


<작은이야기> 사장과의 면접은 4월 20일 오후에 이뤄졌다. 지원서류를 제출할 때, 가능하면 <말> 기획회의가 열리는 25일 이전에 결판을 보았으면 좋겠다고 전달했었다.

면접 날. 저녁 7시에 인사동에서 약속이 있어서, 6시에 보자는 것을 5시 30분으로 앞당겼다. 면접을 보러 가기 전에 급여수준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면접 갈 당시까지만 해도 사실 월급을 생각하지 않았다. 회사마다 월급 책정 기준이 있을 테니 그것을 따르면 될 것이고, 만일 월급을 개별적으로 책정해야 한다면 달리 알아보고 얘기를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런 저런 이유로 대략적인 액수를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신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간략하게 물어보았다. 신 선생님이 얘기한 액수는 생각보다 많았다. 아마 일반회사에 다니는 내 나이 또래들이라면 그리 놀랄 액수는 아니었겠지만, <말> 급여에 익숙해져 살아온 나로서는 충분히 놀랄 만했다. 

사무실엔 약간 일찍 도착했다. 사장은 누군가와 면담 중이었다. 그 옆자리에서 30여분을 기다렸다. 7시 약속을 지키려면, 늦어도 6시 30분에는 나서야 했다. 6시 20분쯤 사장과 면담이 이어졌다.


사장실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는데, 잠시 서로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순간 난 슬그머니 웃고 말았다. 왜 그랬는지 모른다. 다만 나를 이미 내 놓아버린 것같은 상태였기 때문에, 별로 어색함이 없었다. 또한 추천한 이가 워낙 사장 신임을 받고 있다는 점도 편안하게 했다. - 그러나 사장은 내가 제출한 서류를 꼼꼼히보진 않았다고 했다. 난 이게 못내 아쉬웠다. 그냥 나를 아는 누구와 함께가 아니라 ‘나’로서 평가를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 하지만, 한켠으로는 면담결과가 나쁘더라도 그냥 며칠간의 꿈이라 생각하면 된다 싶었다.


기다린 시간에 비해 면담은 짧게 이어졌다.

- <작은이야기> 자주 보셨나요?

“가끔 읽어보았습니다.”

- <작은이야기>에서 일하는 게 맞을 것 같나요?  

“해 봐야 알겠지만, 저와 맞을 것 같긴 합니다.”


- 일단은 두 가지만 제대로 된다면, 함께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편집장과의 관계와 급여 부분입니다."

두 가지 모두 어렵지 않았다. 편집장과의 관계란 편집장이 나와 같은 나이라서 얘기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 역시 스스로도 편집장의 능력을 인정하는지라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급여는 사장이 제시하는 기준과 내가 신 선생님을 통해들은 기준과는 차이가 있었다. 또한 사장이 제시하는 입장이 명쾌한 정석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내 입장을 밝혔다.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어차피 돈 벌러 온 것도 아니었고, 아무튼 <말>에서보다는 많이 받는 편이었다. 또한 회사생활이라는 게 ‘사람이 반’이라고 생각했다.  

… …  


<작은이야기> 입사 8일째.

취재보다는 외고 처리가 많은 이 시스템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지…. 

내가 생각했던, ‘내가 만들고 싶은 잡지’란 것은 얼마나 현실 가능성이 있을지…. 온통 내 안엔 질문들만이 떠돈다.   

그래서 다시 느낀다. 이건 베팅이다. 어느 후배가 술 자리에서 그랬다.
‘<말>보다 사회적 영향력이 작은 곳이란 것은 아시죠?’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이제는 기자들 만나 부탁하고, 청탁하는 입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달리 생각할 문제다. 그야말로 다른 영역이다. 다른 공간이다. 이곳 역시 사람이 있다.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내가 할 일이 있다.


“자주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걷는 길이 <말>이 가는 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운동을 말할 때, 저는 그 운동이란 표현을 쓰지 않고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법을 배울 겁니다.”

<말> 식구들에게 남긴 쪽지에 남긴 글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번 <작은이야기> 입사는 베팅이다. 베팅엔 패배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그렇지 않고선 이즘 나는 무엇으로도 살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20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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