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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0+31

그만큼의 가르침들

 

 

처음엔 칭찬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어떤 한 부분에 대한. 대체적으로 사람을 오래 알면 실망하기 쉽긴 하지만, 아직 그렇게까지 깊은 인연이 아닌지라 몇 번 나를 보았던 이들이 내게 보내는 칭찬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무슨 국정홍보 잡지에 실린 글처럼. 그럼에도 모처럼 얼굴 두껍게 위장하고 옮겨 본다. 이 글을 쓸 당시 사람들의 진심까지, 글 사이로 흐르는 마음의 소리까지 닫아둘 필요는 없으니. 그러나 정작 내용을 하나 둘 정리하다보니, 칭찬이라기보다는 가르침이었다.


애초 시작은 이랬다. 올 한 해 동안 내게 기쁨을 주었던, 힘을 주었던 글을 모아보자는 것. 책에서 인용하는 게 아니라 세풀 읽새들과 지인들과 일상에서 오가던 글들에서 찾아보자는 것. 그동안 이메일이며 쪽지며 간혹 편지 등으로 받은 글들 안에 이미 내게 힘을 준, 기쁜 에너지를 준 내용들이 많았으니까. - 대학생활 이후 내가 받은 글은 작은 쪽지글이라도 가능한 모아두었다. 그렇게 모은 글이 아래에 실린 글들이다. 대부분 이메일을 통해 받은 글이다.


칭찬은 가르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읽새들이 보낸 글들이 그런 의미에서 가르침이라고 본 것은 아니다. 대부분 읽새들은 그들이 느낀 내 모습에 기대 글을 썼다. 그러니 그만큼의 안에서 내가 그렇게 살길 바라는 것일 게다. 그만큼이 가르침이다.

그 마음만큼, 그 가르침만큼 맑아지려 한다. 단 한 번일지라도 읽새들의 글을 통해 마음을 맑게 다스려 볼 것 아니겠는가. ‘영혼이 맑은 사람’은 이쯤에서 이곳에 실린 글들과 만난다. 그러므로 이렇게 읽새들의 글을 정리하는 일은 맑은 영혼을 위한 수련과정이기도 하다.

가르침을 준 이들의 이름까지 쓰고 싶었는데 예의가 아닌 듯 싶었다. 그럼에도 내 글도 아닌데 무작정 이렇게 옮긴 것이 글 주인들로서 불쾌하다면 순전히 내 잘못이다.



두 번에 걸쳐 보내주신 ‘그냥 쓰는 글’ - 잘 받아보았습니다. 굳이 느낌을 덧붙이자면 한참을 몰두하다가 창 밖을 보니 언제부터였는지 풍문여고 마당가 은행나무 위에 까치 두 마리가 열심히 집을 짓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만들어지는 느낌표 같다고 할까요. 3. 16. 


아저씨한테 작은 선물이라도 하구 싶어서 동물원 mp3를 찾았는데 생각만큼 잘 안 찾아지네요, 책값대신 CD 한 장 선물하고 싶은데 어떨까요? 아저씨가 구하시려고 하는 음반을 제게 알려주시면 제가 보내드릴께요 운이 좋아 인터넷에서 mp3를 찾는다면 그냥 CD로 구워드려도 되죠…. 옛날에 아저씨라고 부르면 꼭 외면하시던데…. 그래서 기자님은 OO이한테 항상 아저씨예요. ^.^  3. 17.

 

섭지코지의 바람과 진보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쓴 글을 받았습니다. 정말 섬세함이 엿보이더군요. 나는 그냥 한라산 넘어오는 바람의 크기에 놀라 호들갑만 떨다 왔는데…, 그리고 아직도 신발에 흙먼지가 가셔지고 있지 않는 것을 보면서 섭지코지의 바람을 기억하고 있는데… 하면서 그렇게 느끼고 쓸 수 있음을 부러워했고 그 글의 신선한 충격과 그것이 주는 어떤 자극과 도전이 기뻤습니다.  3. 21.


달팽이가 하루 종일 꽃대를 올라가야 저물 녘에나 꽃봉오리에 닿는다 하지만, ‘나아감’에 대한 기약으로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것이라 본다. 변화가 없는 조직이나 모임은 오히려 회원들의 독려와 분발을 재촉할 수 있고, 무책임한 회원이 존재하고 있다면 모임은 그런 부분을 필요악으로 품고 가야함을 잘 안다. 그러나 건전지가 다 된 시계는 아무리 흔들어도 가지 않는다. 그럴 때는 새 건전지를 갈아 끼워 주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내 개인의 안위와 평안을 위해 이런 마음을 먹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욕이든 감수할 수 있다. 난 아직도 두렵다. 사람과 사람의 마음에 반하는 결정을 이렇게 내려보게 되는 것도 처음이다. 3. 28.


내가 너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한마디로 이거였어. 넌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조금 더 된 놈, 괜찮은 놈, 쓸만한 놈이라는 거. 내가 너에게 첫 이메일을 보낼 당시는 지금보다 더 전업주부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던 터라 내 흥분의 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는 거. 3. 29.


마음이 아픈가? 떠난다는 사람 붙잡을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 이건 자네의 처지와는 다른 문제이지. 문제는 자네가 먼저… 내용을 다시 보니 잘 알 수가 없군. 하여튼지 굳이 마음을 어떤 쪽이든 굳힐 필요는 없을 것 같군. 4. 2.

아주 오랜만에 괜찮은 단막극 하나 보았습니다. 보지 않았으면 많이 후회 할 뻔한 참 괜찮은 일요베스트 ‘다향’을 소개하려 합니다. 한 편의 잔잔한 소설을 읽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아련함을 느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마 전 아직 삶의 방법을 배우지 못해서 지치고 도망치고 싶은가 봅니다. 사랑하는 법, 또 사랑하면서 기다리는 법. 전 아직 배울 것이 많은 사람인가 봅니다. 4. 3.

 

봄이 되면 또 우리의 마음은 봄을 타게 되니 건강에 그렇게 좋은 보탬이 되는 것 같지가 않군요. 무언가 해결해야 될 인생의 문제가 있는데, 그것이 마음대로 풀릴 수는 없는 일이고, 그렇다보니 건강도 크게 진전이 없는 것 같고 그렇습니다. 아마 노 기자도 젊어 건강은 하지만 마음은 나와 그렇게 다를 바가 없으시지 않을까 나는 적이 위안이 됩니다. 4. 10.


삼초~온 이메일 thank you!!!! 주소는 당연히 맞았고, 앞으로 이메일 자주 보내야지~~. 근데 나 진짜 목소리가 굵어졌나????? 나는 모르것는디. 글귀 내가 하두 채팅식 맞춤법에 익숙해 져서 타자 칠 땐 꼭 채팅식 맞춤법이 나오니 양해해주시길……. 고럼 20000.  4. 17.

                                       

필리핀에 와서 가장 큰 충격은 빈부의 격차였습니다. 세상의 어느 곳이나 빈부의 격차가 있겠지요. 하지만 이곳은 눈에 보인다는 것입니다. 가난한 이와 부자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마치 봉건시대 양반과 쌍놈처럼, 돈에 의해 구분되는 계급이 눈에 분명하다고 할까요. 길거리의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초등학생이 전용차와 운전사, 가정부를 데리고 학교에 가는 이도 있고 가정부를 마치 노예처럼 구속하는 경우도 있고요. 전부 돈으로 해서 발생되는 것이지요. 저는 일요일에 교회를 갑니다. 하나님이 계심을 그들은 얘기하지만 저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더군요. 하나님이 계시다면 이 세상을 왜 이렇게 불공평하게 놔두시는지 말이에요. 얼마 전에 필리핀 영어선생과 얘길 하다가 필리핀얘기를 하는데 눈물이 저도 모르게 흐르더군요. 창피하게 멈출 수가 없더군요. 세상에 대한 분노, 제 자신에 대한 분노 또는 무력함 때문이었던 듯해요. 4. 19.


알아서 결정했겠지. 늘 너의 판단을 믿으니까. 하지만 쉽지 않았으리란 생각이 든다. 다른 매체도 아닌 「말」을 떠난다는 게. 네가 말하는 30대 삶에 대한 몇 가지 그림들이 궁금해. 어느새 서른 한 살이구나. 말은 아쉽지만 「작은이야기」 자리가 꼭 네 자리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어울리는 느낌. 조건(생활의 방편이기도 하니까)이 그다지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다. 무조건 사명감만은 강요할 수 없는 일이니까. 한 길을 가는 듯한 모습의 네가 참 보기 좋아. 굳은 심지 같은. 그런데 그놈의 굳은 심지 때문에 여친이는 얼마나 힘들었겠어.(모르긴 해도)  너의 그 굳은 심지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 그렇고. 4. 27.

 

어제 OOO 목사님과 밤늦게 통화를 했다. 노을이 안부를 묻길래 뭔 일이 있지요 했다. 뭔 일요? 제가 꼬드겼어요. 그래요? 그래서 어쩐대요? 저랑 같이 있기로 했어요. 잘 됐네요. 축하해요. 정말 축하해 주시는 거예요? 그럼요. 제가 사랑하는 두 사람이 결혼하면 좋죠. 결혼요? 아닌가? 결혼은 아닌 것 같고… 뭐요? 저랑 같이 일하기로 했어요. 4. 28.


임종진과 통화를 했는데, 전화 끊을 무렵 “저, 말에 다시 나가기로 했어요” 하잖아. 그래서 정환이가 좋아하겠네 했지. 그런데 네가 말을 그만 뒀다고? 오늘 작은이야긴가 뭔가에 나갔다며? 그런 말 안 했잖아. 어떻게 된 거야, 도대체…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내 생각에는 「말」은 좋은 잡지인데, 지금 좀 어렵더라고 참고해야 하는 일 아니었을까. (중략) 어쨌거나 잘한 일이야.(이미 저지른 일이니 잘 했다고 해야지, 뭐) 그 날 그런 얘기 안 했잖아. 회사 모꼬지 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 하루 밤새 생각이 바뀐 건가? 그간 쌓였던 게 폭발한 건가? 아니면 계획대로 한 건가? 이런 얘기 다 소용없지. (중략) 글이란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땀과 눈물을 다 짜내야만 써지는 거라서 두려울 따름이지. 그래서 가끔 밥먹듯이 기사를 쓰는 기자들 동경하곤 한단다. 얼마 전에는 글 몇 개를 써서 이메일을 보내곤 했는데, 정순덕 할머니 문병이라든지, 장기수 할아버지 돌아가셨단 소식 듣고 쓴 편지, 크리스마스 이브에 납치된 할아버지 (다 장기수네!) 등등. 그 몇 줄 되지 않는 글도 하룻밤을 새거나 눈물 콧물 닦아가며 쓰곤 했단다. 그 후 퇴원 후에 쓴 글은 1주일이나 걸렸지.(이 글은 2~3명에게만 보냈지만, 나를 너무 드러내는 것 같아서) 이메일은 형식 없이 쉽게 쓰기에 매력 있는 건데 그마저도 힘이 드는데, 무슨 글을 쓰겠어. 5. 1. 


 노정환씨에게 이 봄이 ‘날개를 단 구슬’ 같길. 이상과 힘이 함께 하는 시간이 되길. 그리고 이것이 좋은 인연을 만들길…. 5. 2.


새생활은 적응이 잘 되나요? 종진 선배 왔어요. 오늘 편지를 돌렸는데… 또 편지야? 고동우는 투덜투덜. 새 마음으로 일을 시작해야 할 땐데, 감기가 먼저 도착했네요. 한계도 모르고 혹사시켰노라 몸이 시위를 하나봐요. 감기 조심하고, 마음 무리시키지 말고, 새 공간에 잘 적응하길 바래요. 5. 3.

            

추카한다. 너의 두 번 째 이직을! 용케도 그 밀림에서 살아가고 있구나. 나처럼 식구끼리 일을 해도 어려움이 있는데 생면부지 넘 들과 작업을 하려니 힘들지? 조금만 참고 돈 부지런히 모아라. 시골에 땅 많다. 일도 많고 자근이야기라…. 하지만 큰 보람이 되길 빈다. 5. 19.


정환, 오래간만이야. 보내주는 세상풀이 덕분에 멀리 있거나 오래 동안 연락을 안 했다는 느낌이 안 들어. 물론 정환 입장에서는 안 그렇겠지만. 장을 바꾼 것에 대해서는 - 잘 했군. 이 선생님의 의견에 동의해서가 아니라, 사려 깊고, 진지한 정환의 결정이어서. ^_^ 난 별일 없이 아니 벌써! 하며 바지런 거리고 있어. 5. 22.


선배한테는 선배만의 글이 있는걸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치열한 얘기를 담고 있어도, 거기엔 선배만의 따뜻함이 묻어 있습니다. 선배는 그렇지 않다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글을 읽는 제게는 적어도 그렇습니다. 올해 초, 저도 자리를 한번 옮겼습니다. 처음엔 회사가 엄청나게 좋은 줄 알았는데, 각자에게 요구하는 사항도 많고 무엇보다 '개인주의'가 너무나 강한 것에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전에 근무하던 곳과는 많이 달랐거든요. 그러나 금방 제 분위기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시끌벅적하고 인간적인 그런 곳으로….  5. 22.


사람에 대한 생각이나 기억은… 그 사람을 마지막으로 본 때나 한창 볼 때의 모습으로 멈춰져 있기 마련인가 봐요. 과 사람들을 본지가 꽤 된 것 같아.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고. 형도 또 변화가 있었나 보네요. 5. 23.


세상풀이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전에 너가 그 비슷한 것을 보냈을 때, 뭔가 편치 않더라구. 그땐 남의 일기장을 보는 것 같은 불편한 심정이 아니었나 했는데, 이젠 좀 명확해졌다. ‘질투’였나봐. 나는 순수한 글과 멀어진지 오래 되었는데, 너는 생활과 문학을 너무 잘 조화시키고 있다는, 얄밉도록.  5. 23. 


세상풀이에 영성, 감성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본다. 그리고 너를 본다. 네게 필요한 것은 이미 네게 다 있다. 그것을 꼭 네가 찾기를 바란다. 어려우면 초행길 초입의 이정표 몇 개의 위치는 알려줄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그 보다 우선의 사실은 이미 너도 안다는 것이다. 네가 나이고 우리가 너이고 나이기에. 모든 생명이 나이고 너이고 진리이다. 그것에 그 어떤 분리도 없다. 단지 개체화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아주 느릿느릿 열심히 가보자. 그래야 끝까지 갈 수 있다. 너의 변신을 진정으로 축하하며 네 앞에 놓인 길들을 잘 보길 기도한다. 5. 23. 

 

전 요즈음 즐거운 감옥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이제 생후 6주된 OOO양을 돌보느라 현관문을 열어보지도 못하죠. 고무장갑을 끼고 똥을 털어 낸 기저귀를 빨고 있으면 만감이 교차합니다. 행복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어쨌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벌써 아기가 목을 가눈다거나 옹알이를 하는 것 같다거나, 엄마를 알아보는 것 같다는 둥의 거짓말이 매일매일 하나씩 늘어가고 있어요. 그런 거죠. 5. 23.

                                                  

뭐에 바쁜지 며칠 전에야 세상풀이를 다 읽었습니다. 직장을 옮기셨더군요.  새로운 출발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새 회사는 좋은가요. 어차피 직장이라는 것이, 혹은 직업이라는 것이 전적으로 만족스러울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배운 진리(?)인데, 어때요? 5. 30.

 

지금껏 좁은 우물 안이 이 세상의 전부인 냥 살았던 내가 이제는 우물 밖의 더 넓은 세상에서 보다 의욕적이고, 진취적으로 살아야겠다는 늦은 깨달음을 얻었다면 ‘이그~ 이제야~’라고 비웃겠지? 하여간.… 앞으론 남 탓 안하고 내 자신을 바로 세우는 데에 전념해 보려고. 그리고 나 스스로 흔들리지 않는 주관을 세워 보려고…  5. 31.

                                           

보면 볼수록 정환이형은 참 진실되게 소통을 꿈꾸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예전에는 별로 안 그랬는데, 요즘 들어 사람을 가려 만나고 쉽게 판단하는 안 좋은 버릇이 생기고 있어요. 그럴 때 형이 일궈가는 네트워크 방식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늙은 나이(?)에 자리를 옮긴 사연도 궁금한데.… 진짜 농담 아니고 술 한잔 이 근처에서 해요. 6. 19.


이름이 정말 예쁘군요. 노을이라…. 좋은 필명이라 생각합니다. 아마 얼굴 못 본 사람이면 이 글만 읽고 노정환님을 캔디캔디에 나오는 스테아정도로 생각하지 않을까? 그 섬세함과 사려깊음으로. 왜 갑자기 스테아생각이 났을까요? 7. 3.


앞으로 멋진 글 그대다운 글 더 자알 쓰시라고 에너지 실어줄게요. 그리고 결혼. 그거 당위로 생각하지 않는 당신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면서도 왠지 아직 거기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무게가 느껴지네요. 그러는 난? 하하. 내 역시 이 땅에서 35년을 살았는데, 뭘. 하지만 그 무거움과 가벼움이 교차하면서 자유의 향을 맡기는 한다네. 7. 3.


세풀을 여전히 잘 읽고 있습니다, 고민이 많은 듯 하셔서 조금 음울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생각보다 잦은 변동에 그래도 꾸준하신 건 본인의 의지 덕택이겠지요. 8. 2


쉰 두 번째 과월호에서 또 너를 발견한다. 김광석을 통한 ‘노을이 찾기’. 과월호 곳곳을 흐르는 ‘노을이의 강’과 ‘세상의 강’. 그 두 강 사이를 잇기 위한 세상풀이의 안간힘. 나는 그곳에서 본다. ‘노을이의 강’과 ‘노을이를 흐르는 강’을. 그 두 강이 만나는 곳, 바로  ‘세상의 강’에서 너를 기다린다. 8. 13.

 

여담 하나. 걸음아 날 살려라고 바쁘신 분.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죽어라고 사십시오 이젠 형한테 건강하라는 얘기는 안 하기로 결정. 35살 즈음에 형은 기필코 쓰러질 것임. 그래도 형은 후회 안 할 것임. 더위나 잘 이겨내십시오.  8. 21. 


지금 이 모습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데 다른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다고 하셨죠? 그럼 지금 그 모습에 충실할 수 있는 하나만 하십시오. 스스로에 대한 만족… 그건 어느 순간에라도 다 채워질지 알 수 없는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세상사는 것에 있어 스스로에 대한 만족과 그 과정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지내왔던 스무살 이후의 과정들, 학생회 일도 모두 사람간의 약속과 믿음을 배웠던 것이었고 졸업 이후 내가 택한 일, 방송이란 것도 약속이라고 생각하며 해왔습니다… 전에 제가 했던 말, 기억하실 지 모르겠습니다. 위험수위 넘기지 말라고 했던 말…. 그때 형은 그랬습니다. 내가 바보냐. 그것도 모르게. 분명 형하고 내가 나눴던 그 말이 제대로 소통이 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형이 바보거나, 아님 내 말을 그냥 지나쳤거나, 내 말을 우습게 생각했거나… 그럴 테지요. 8. 22.


항상 정환씨를 보면 느끼는 거지만 굉장히 철학적으로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 감나무 하나에도 철학을 담고 있으니. 언제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조용하게 평안하게 있는 사람 같아 보이지만. 백조마냥 혼자선 바쁘게 바쁘게 움직이고 있음을 느껴. 마음도 바쁘게, 정신도 바쁘게, 몸도 바쁘게. 삶이 만만한 것은 절대 아니더군. 절대루…. 세상 고민 반만 덜고 그렇게 살고 싶은데…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세상 고민이란 것 자체도 딱히 무엇인지 꼬집어 말할 수 없다는 것이지…. 이제 우리 나이도 어느덧 30을 넘어버렸네.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해보지만 그래도 겁이 나.이 나이까지 난 무엇을 했던가..과연 앞으로의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걸까.  8. 22.


서른에 대한 알 수 없는 불안감 때문에, 무슨 일을 해도 조급하기만 하고 어딜 가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는데… 그 사이를 틈타 가을이 와버렸네요. 정환님께서 다시 일상의 수면으로 떠오를 그때를, 무련히, 기다리겠습니다.  8. 23.

                                         

가끔 그립다는 것, 보고 싶다는 감정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왜 가슴이 뭉클해지는지에 대해서도. 눈물은 가슴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사진만으로는 무엇이, 왜 부족한지. 이메일로 충족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 제 자신을 살펴봐도 그렇고. 생각할수록 인간은 정말이지 복잡한 존재입니다. 그들의 삶을, 고통을, 기쁨을 어떻게 자로 잰 듯 잘라 이야기할 수 있겠어요? 그렇죠?? 8. 23.


그동안 돌보지 못한 몸을 실컷 아주 실컷 돌보고 사랑도 열심히 하고 조용히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미학을 즐기렵니다. 최근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란 것이 참으로 매력 있게 다가옵니다.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전히 나를 느껴보고 싶습니다. 무로 걸어 들어가고 싶습니다. 운동을 통해 알게 된 모든 인연들과도 당분간 안녕을 고합니다. 운동을 잠시 놓습니다. 잠시. 그리고 온전히 자연인으로서의 나로 돌아갑니다. 아하, 이 물이 그리워질 때쯤 다시 돌아오고 있겠지요.  8. 24.

                                     

사랑하는 이로부터 제2의 OOO, 그것도 촌스런 OOO 되고 싶냐는 질타를 벌써 받았습니다. 나머지는 욕먹어도 밀고 나갈 수밖에 없는 저의 철학이자 소신이고. 꿈이 많은 노정환님 소식 들으면 즐겁습니다.  8. 24.


뜻밖의 이메일을 읽고 반가운 마음에 저두 보냅니다. 저희 집이 이사오면서 세상풀이를 못 받아본지가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때 제가 이메일로 변경된 주소를 알려드리긴 했었는데…^^;; 그치만, 한동안 끊겼던 인연이 다시 닿은 것처럼 다달이 오던 세풀보다 가름비라는 작은 단상이 더 반갑군요!! 오늘 내리시는 님도 가름비일까요? 제법 매섭게 내리고 있는데… 이런 때 사무실에 갇혀있는 제가 참 안 돼 보입니다. 이젠 솜이불을 덮어야 할 때입니다.8. 25.


어제는 야학을 같이했던 사람들 모임이 있어서 새벽 3시에 들어왔거든. 술은 별로 안 마셨다. 정말로. 오랜만에 만났는데 다들 시집장가들 가서 공통화제가 적은 거야. 마누라들은 남편 헐뜯고 아이들 얘기하고. 아, 우리의 OOO도 이러면 난 어쩌나. 이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더구만. 아무튼 결혼하면 이상해지는 것 같아. 사실 난 그런 분위기 정말 싫거든. 아 호시절은 가고 이제 시련의 시절만 남아 있는가? 오호통재라. 내가 이렇게 얘기한다고 네가 결혼하지 않고 있는 게 뭐 잘했다는 얘기는 아니니까 오독하지 말길. 그래도 결혼은 좋은 거여. 여자만 잘 해주면… 하하하. OOO의 이중성이자 보수성? 아니 내가 이렇게 수다를 떨다니. 점잖은 OOO이 말이야. 그냥 애드립으로 귀엽게 봐 주라.8. 27.


노정환님의 글을 읽으면 삶의 향기가 납니다.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듯하면서 그 속에 향이 있는 것은 왜 일까요. 그냥 나무잎파리 말린 것에 불과한데 그것을 울이면 작설차가 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9. 21.


그래 편집후기에선 짙은 허무주의의 냄새가 나고 이번 이메일에서도 그런 냄새가 물씬 풍기던데 한 번 만나서 그 연유를 들어봄직한 충동이 인다. 막걸리 먹음서. 그래 가을엔 떠난다고? 허어 이거 큰 일이로다. 남자가 가을바람이 들었으니…. 그럼 연락해라. 그리고 애인이 성가시게하고 맘 아프게 하면 나한테 말해라 내 가서 그 가시내 반쯤 쥑일거고마. 날이 흐리다. 비 올랑갑다. 10. 17.

 

“하루라도 서로를 위해줄 수 있는 날이 정해져 있다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이 말 제 가슴에 와 닿았어요. 그래요. 하루살이는 하루를 살기 위해서 태어나잖아요. 그것에 비하면 전 얼마나 행복해요. 앞으로도 사랑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으니까 진정 나를 위하고 나도 위할 사람을 만나겠지요. 고마웠습니다. 시는 잘 모르지만 좋아해요. 읽는 것을 요. 10. 31.


암튼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사진과 커리커쳐도 있구. 실물보다 그림이 더 멋진 거 아니예요? 푸풋…. 그런데 글을 읽다보니 좀 힘들어졌어요. 참 고민도 많이 하고 세상을 치열하게 사는 분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지금의 내 모습이 넘 허탈해졌다고나 할까요? 또 하나는 님이 많은 인연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만들어나간다는 건 알지만 그 인연들 속에서 힘들어질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제가 그동안 부담스럽게 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반성. 11. 2.


잘 읽고 있습니다. 기쁨입니다. 언제 한번 뵙지? 12. 5.


형의 세상풀이를 처음 대한 이후 항상 전화통화를 해야지 하면서 미뤄오던 것이 벌써 수년이나 됩니다. 아마도 부담이었을 겁니다. 머뭇거리게 만든 건… 처음의 모습을, 술의 힘으로 무작정 내뱉었던 말들을 책임지지 못한 채, 자꾸만 겉도는 나를 어찌할 바를 몰랐었고, 그런 나를 드러내기가 -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나의 과거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었는지 - 부담스러웠던 것일 겝니다. 세상풀이는 항상 나에게 그러한 흔적들에 대한 돌아봄을, 현재의 나에 모습에 대한 자각을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울적했고 기쁘기도 했고, 복잡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저를 휘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하고 싶었죠. 그러나 그것 또한 주저함에 부딪히곤 하였습니다. 변명이 좀 길었네요. (중략) 제가 받은 느낌은 세상풀이에서 묻어 나오던 선배의 생활이 많이 사라지고, 기획기사로 대체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점이 아쉽더군요 12. 5.


매번 정환씨 이메일 받고 미안함, 호기심, 빚짐, 놀라움 등등의 약간 복잡한 마음이 있었답니다. 한번도 ‘답례’를 못해 죄송하구요. 혹시 시인지망생? 혹은 이미 시인인지도 모르겠지만, 당신은 대단한 감수성의 소유자 같군요. 태진아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노래있잖아요? 제가 올해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이 바로 이거랍니다. 정말 사랑('운동'을 포함한, 물론 넓은 의미의)은 아무나 할 수 없어요. 자신에 대한 강한 긍정, 용기, 열정이 없다면, 타인에게 마음을 열기란, 혹은 정환씨처럼 이메일을 보내기란 불가능하니까요.(영화 ‘포르노그래픽어페어’를 보세요. 반드시 광화문에서) 그런 점에서 정환씨는 굉장히 강하고(부드럽고) 용기 있는 분 같아요. 그리고 저의 요즘 주제는 ‘나이 먹음’(화양연화를 세 번 봤답니다) 인데, 나이가 들면 자기를 여는 것이 더 힘들어진답니다. 상처를 감당할 에너지가 점점 없어지기 때문예요. 어쨌든, 정환씨의 따뜻하고 밝은 마음이 이 한국사회의 패거리 문화, 본질주의, 이분법, 극단주의, 실용주의 등등에 상처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12. 7. 

  

감성글과 이성글 사이에서 노정환씨는 여전히 이성의 부분에 더 치우쳐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권두시나 몇 개의 단상에서 감성의 말들이 있긴 하지만, 너무 절제하며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한 개인이 자기 마음대로 잡지 하나를 만들어 간다 치면, 보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건 거의 공통일 거예요. ‘자유스럼.’ 그런데 세풀의 글을 읽다보면 이 사람이 자유스럽게 글을 쓴다는 생각은 ‘기획’ 자체에서만 엿보이지, 글 속에서는 참으로 많이 자제한다는 느낌, 더 과격하게, 혹은 더 침울하게, 혹은 더 방방 뜨게…. 뭐 그렇게 써나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12. 11.


가만 앉아서 다른 사람의 내면과 일상을 들여다 보는 일이란 참으로 재미있는 일입니다. 이번 호는 특히 좋았습니다. 영혼을 키우는 네트워크라.. 공감하며 부럽습니다. 노정환씨는 갖은 게 참 많은 사람인 것 같군요. 파주의 주택조합 건은 괜시리 안타깝군요. 신청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입니다. 뭐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힘내요. 젊은데….

참 마우스 청소해야한다는 거 처음 알았습니다. 고마워요. 홍세화씨의 글들을 읽고는 문득문득 파리에서 살고 싶더니.. 박노해 씨 얘기를 들으니 뉴욕이 또한 사무치는군요. 하긴 대한민국 내에서도 살고 싶다고 아무데서나 살수 있는 건 아니니.. 파리니 뉴욕이니 하는 것은 그저 내겐 꿈이겠죠. 결코 적지 않은 시간 세상풀이를 이어가는 노정환씨의 열정과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노정환씨의 전투적(?)인 글쓰기 자세를 본받고 싶습니다. 12. 11.


그․만․큼․

난․올․한․해․가․르․침․을․받․았․고․

이․만․큼․

행․복․하․게․지․냈․다.  (20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