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을 고한다
계절의 갈피마다 가르침을 주었던 이…
여린 잎사귀의 잔잔한 흔들림으로
노란 감꽃을 무참히 떨궈내는 눈짓으로
말없이
얼마나 많은 말들을 내 안에 던졌던가!
얼마나 많은 무상 무념을 내 안에 길러내었던가!
작별을 고한다
누군가의 사랑이
너를 더욱 풍성하게 키울 수도 있겠지만,
네가 먼저 너를 키워
그 누군가의 시선을 끌 수도 있다는 걸,
이 겨울 붉은 감만을 가지 끝에 남기며 충분히 증명해 보이니
그것보다 너를 너답게 하는 게 있을까!
네가 내 벗으로 처음 다가왔던 그날처럼!
작별을 고한다
책상 위 책꽂이 안 책들도 비워 챙기고
컴퓨터 속 온갖 파일들도 비워 담았는데,
너만은 어쩌지 못하고 이 추운 겨울에 그대로 둔 채 떠난다
아! 내 안에 네 영혼이라도 오롯이 담겨 있었으면… (20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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