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난 옷을 사지 않겠습니다”
1년 전, 세풀에 썼던 글의 한 제목이다. 지난해 겨울 회사 동료로부터 헌 옷 한 벌을 얻게 된 것을 계기로 2001년은 옷을 구입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 행위는 “언젠가는 내가 실현해 나갈 삶에 대해 덜 고통스러운 생활을 체험 삼아”해 본 것이며 “덜 쓰는 삶, 단순하게 사는 삶, 그 삶을 지금부터 조금씩 내 생활로 받아 안고자 하는 것”이었다.
올 한해 그 결심대로 옷을 한 벌도 사지 않았다. 물론 옷을 사고 싶은 유혹이 없지 않았다. 지난 가을 동대문 밀리오레에 갔다가 정말 사고 싶은 옷을 한 벌 발견했다. 검은색 웃옷인데 개량한복인 듯 하면서도 중국풍이 나는 옷이었다. 그런데 값도 무척 비쌌을 뿐더러 그 옷은 여성용이었다.
그럼에도 새 옷이 많이 생겼다. 설날엔 큰 누이가 개량한복을 한 벌 해주었다. 8월엔 진희형이, 9월엔 생일선물로 인연이, 10월엔 경주씨가, 12월엔 규선 누나가 옷을 선물해 주었다. 평화네트워크에서 흰 반팔 옷을 받았고, 민주동문회에서도 웃옷을 한 벌 받았다. 아마도 이들 옷은 올해 내가 옷을 구입했더라도 생겼을 옷이다. 모두들 내가 옷이 없어서 선물한 것은 아니니까.
최근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이란 책이 나왔다.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이들이 일상에서 어떻게 문명을 멀리 두고 살아가는지 보여주고 있다. 생각을 바꾸고, 그 생각만큼 현실에서 작은 실천을 해 나가는 것.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도 아니고 무슨 명예를 위한 것도 아니다. 다만, 내가 자유롭기 위한 방편을 부단히 찾는 과정일 뿐이다. 그 행동들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길 바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제대로 해도 큰 성과가 있어 보인다. (20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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