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 동안 곁에서
파릇한 제 생명을 키우며
삶에 적잖은 이슬이 돼 주었던
화초 한 그루,
며칠 전부터 잎사귀들이 말라갑니다.
물을 주다가, 바람을 쬐다가, 햇살나들이를 거들다가
이내 속절없이
마른 잎사귀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태 동안 옆에 있던
화초 한 그루의 시름도 알 길이 없는데
서른 해 넘게
다른 삶을 엮어온 당신을
내 어찌 온전히 알겠습니까.
물을 주다가
바람을 쬐다가
햇살나들이를 거들다가
그래도 떠나면
그땐 속절없이 보낼 수밖에요. (2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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