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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생태계/서른의 생태계32+33

33과 12분의 3

 

일요일 저녁엔 한 주의 식사를 준비한다. 쌓여 있는 빈 그릇들을 먼저 설거지하고는 오늘은 무엇을 준비할까 고민하다가 냉장고를 열었다. 국이나 찌개가 필요했다. 집밥을 먹는 경우는 아침뿐인데, 국물이 없으면 아침을 거르게 된다.

지난 주 토요일엔 큰 맘 먹고 신촌 교회 근처에 있는 하나로마트로 자전거를 타고 장보러 갔다. 도마도 사고, 현미도 팔아오고 해서 장을 4만원어치 보았다. 혼자 사는 놈이 4만원어치를 구입한 것은 대단히 큰 과소비였다. 그때 나오는 길에 봄동을 680원 어치 구입했다 그게 지난주 아침을 든든하게 채워 주었다. 된장을 풀고 봄동을 깨끗이 씻어 끓이면 그만이다. 간도 정성들여 맞출 것도 없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다행히 지난주에 사 온 감자가 있다. 자연스레 저녁식단은 감자국을 중심으로 짜여졌다. 아니 사실 감자국 하나면 식단은 끝이다. 이전엔 쌀뜨물을 받아 국을 끓였는데, 이번엔 쌀을 씻을 일이 없어 그냥 끓였다. 대신 별미로 마른 북어를 한줌 집었다. 콩나물이 있다면 한줌 넣어도 맛있겠다 싶지만 아쉽다. 국이 끓일 무렵엔 계란도 풀었다.


대개 이렇게 준비하면 적어도 4~5일 정도는 먹는다. 이처럼 일요일에 준비해 두지 않으면 평일엔 따로 무엇을 장만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욕심을 낸 게 볶음김치이다. 마침 상계동 어머니 집에서 가져온 신김치가 있었다. 볶음김치 역시 별 준비 없이 할 수 있다. 김치를 썰어 냄비에 넣고 물을 조금 붓고 ‘끓이다가’ - 아마 이 말을 ‘볶다가’로 써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끓이다가’가 맞는 것 같다. - 식용유와 다시다를 조금 넣고 다시 국물이 있을랑 말랑 할 정도로 ‘끓이면’ 끝이다. 그렇게 두 가지를 장만하고 나니 다음 주가 무척 편할 것 같다. (200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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